이 논문은 한국 아이돌의 팬덤문화를 팬덤 내외부의 시각에서 살펴보고 일상적 문화실천의 구체적인 형태를 분석함을 목적으로 하였다.
한국 아이돌 팬덤은 '아이돌'이 등장한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22년까지 변화해왔는데, 아이돌 산업의 변화에 따라 팬덤도 변화했고, 또 사회현상도 변화했다. 이를 위해 질적연구방법인 심층면접, 초점그룹인터뷰를 통해 팬과 아이돌 산업관계자와의 직‧간접적인 인터뷰를 수행하며 그들의 경험과 의견을 논문에 반영하였다. 그리고 연구자의 실천을 바탕으로 팬덤문화를 직접 참여 관찰하였고 자문화민족지 서술을 시도하였다.
팬덤문화를 분석하기 위해 논의한 개념은 '환상', '문화실천', '문화공동체'이다. 팬덤은 아이돌에 대해 팬 개인 및 팬 집단이 함께 조성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수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환상'의 수정을 수용할 수 없거나 기존 환상과 큰 차이가 있다면 팬의 역할수행을 지속하기 어렵다. '문화실천'은 일상의 습관적인 수행과정이며 취향을 반영하는데, 이 취향의 생성에는 자본도 수반되지만, 한국 아이돌 팬덤은 미디어나 소셜 네트워크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팬덤의 '문화공동체성'은 기존 공동체 성격을 넘어 일면식도 없는 타인과 온라인을 통해 느슨하거나 긴밀한 관계에 놓이는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으며 때로는 현실까지 연결된다. 팬덤 내 문화공동체 경험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논문 연구에 참여한 팬들은 대부분 좋은 경험임을 표명하였다. 이 문화공동체 경험이 아이돌 자체에만 몰입하는 것보다 의미있다고 평가하는 팬도 상당한데, 팬에게 어떤 형태로든 각인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본 논문은 먼저 기존 케이팝과 팬덤에 관한 선행연구를 분석하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이돌도 익명 처리하여 팬덤의 특징이 어느 한 아이돌 팬덤에만 속한 것이 아니라 공통적인 경험이라는 점을 규명하였다.
다음으로 기존 아이돌과 팬덤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를 산업과 팬덤의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특히 팬데믹 이후 등장한 각종 유료서비스에 대한 팬의 인식을 통해 아이돌과의 친밀감의 획득 여부를 확인하고, 아이돌에게 특수함이 있음을 파악하였다.
이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체적인 문화실천 양상을 살펴보고, 팬덤이 아이돌의 성과를 위해서 어떤 체계를 가지고 조직을 운용하는지를 기술하였다. 팬을 역할별로 분류하여 생산자와 전파자, 소비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와 상호작용과 영향을 분석하였는데, 생산자와 전파자는 그 수가 적으며 팬덤내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짐을 알 수 있었다.
끝으로 한국 아이돌 팬덤의 공동체적 성격을 분석하여 아이돌의 팬이 된다는 의미와 이것이 정체성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또 아이돌 팬덤의 공동체 성격을 서술하고, 각기 다른 환상을 가진 팬이 어떤 갈등을 유발하는지 유형별로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의 여러 현상과 아이돌 산업, 아이돌 팬덤의 관계를 분석하고 위기와 미래를 조망해보았다.
이 논문은 케이팝과 팬덤에 대한 심층 이해를 제공하고 케이팝의 문제는 결국 한국사회의 문제임을 밝히려 하였다. 팬덤은 수동적이지만,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아이돌에 대한 애정과 윤리의 충돌 사이에서 올바른 선택을 고민하고 토론한다. 이로 인해 팬덤 내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발전적인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 팬덤은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 문화공동체인 동시에 '환상'인 아이돌과 별개로 자신의 문화실천과 자기 공동체의 활동 경험에서 가치를 부여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 아이돌 팬덤문화의 탐구 과정은 한국 문화발전에 대한 방향 모색의 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