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연구는 정수자 시조의 미학적 특질과 현대성을 조명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정수자는 40여 년 가까이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왔지만 그에 논의는 평론 및 서평으로 한정되어 있고 본격적인 학술 연구는 미진한 편이다. 이에 본고는 정수자 시조의 정형 미학과 다양한 시적 변주를 통해 이루어 낸 현대성을 중심으로 문학적 특성을 고찰해 보았다. 또한, 그의 시조 속에 잠재된 내면 의식을 통해 시인이 시대에 대응하는 현실인식과 역사의식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그리고 정형의 형식에서 보여주는 그의 실험성을 보다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정수자 시조가 갖는 한국 시조문학 속의 미학적 특성도 밝히고자 했다.

정수자는 변방의 삶들, 사회 부조리 등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여성 문제와 노동자들의 소외된 삶을 다루었다. 현대인의 내면 탐구와 역사적 주체를 소환하여 오늘에 대응하는 현실인식을 담아내는 작품도 많다. 이러한 작품들은 현대성을 담보하는 정형시의 외연 확장으로 이어졌다. 또한, 그는 뛰어난 언어 감각으로 절묘한 의미 변주를 통해 시조의 형식을 현대적으로 변용하는 데 앞장섰다. 그만큼 정수자는 자신만의 세련되면서 현대적인 시 세계를 밀도 있게 그려낸 시인으로 시조의 현대성을 위해 형식의 과감한 변주를 추구하고 실현했다. 그런 과정에서 정형성은 현대성과 결속하여 정수자 특유의 시적 영역을 구축했다. 정수자의 시조미학을 규명하는 일은 시조의 현대성과 존재성을 모색하는 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