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생산하는 작품은 작가가 속한 시대 삶의 본질과 예술의 근원에 관한 서술 매체이다. 연구자는 베르그손(Henri Bergson)의 생성하는 흐름인 '창조적 진화'를 바탕으로 생명의 지속에 관해 서술한다. 생명이 환경에 적응하며 시간과 공간 안에서 끊임없는 진화를 반복하는 것이 삶의 지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베르그손의 연구에 영향을 받은 들뢰즈(Gilles Deleuze)의 '차이와 반복' 또한 삶에 대한 시간의 개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에서 연구자를 비롯한 사람들이 변화하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하며 삶을 지속하는 모습을 식물의 모습으로 치환하여 표현한다. 사람과 식물은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거스를 수 없이 적응이라는 명제를 통해 진화해야만 생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닮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꿈을 위해 모국을 떠나 러시아와 한국에서 유학하면서 낯선 환경과 시간에 강하게 적응하며 진화하는 연구자의 상황이 뿌리내린 곳에 적응하며 진화하는 식물의 모습과 겹친다. 식물이 공간과 시간에 적응하면서 진화라는 필연적인 답을 내어놓는 과정을 다양한 형태의 변화와 실험적인 매체의 변화를 통해 표현한다. 식물이 진화하듯이 연구자의 작품도 평면에서 시작해 입체를 거쳐 미디어로 진화하며 단순화된 패턴에서 시작해 본래의 물성을 제거한 그림자로 진화한다. 이런 기술적 매체들에 의해 생산되는 이미지들은 전통적인 매체들의 예술적 표현과는 다른 방법으로 경험한 시간 속에 존재한다. 이때 발생한 사건들과의 관계에서 연구자의 정신적 상황의 은밀하고 밀도 높은 기억들을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안착시켜 정착하게 하는 정신적 생산물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식물을 이미지화한 연구자의 구체적인 작품들은 연구자가 속한 집단의 다양한 소통방식을 이용해 나름의 미학적 채널을 만들어나간다. 이런 면에서 연구자의 작업이 연구자에게는 의미의 개별적 특수성을 생산하는 단자가 될 것이며, 수용하는 대중에게는 사회적, 정서적 보편성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 생산의 도구들이 그러하듯이 연구자의 작품은 작가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미학적 특수성을 포함해 전체 사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으로 확대된다. 작위적으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예술적 행위의 기반은 본질에서 인간의 생존과 연관되어 있고 또한 그 생존의 근거에서 작용하는 창조적인 본능은 삶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미학적 취향으로 인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연구자는 식물 이미지를 본인의 시간과 공간에 대입시키고 적응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간다. 이러한 여정에서 지속하기 위해 노력한 정체성을 결국 마주하게 되며 자가치유의 능력을 획득하게 된다. 연구자의 자아가 또 작품의 형식과 표현 방식이 진화하는 것은 연구자가 속해 있는 사회와 소통을 위함이다. 연구자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자아를 만나고 나름의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공감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