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논문은 현실의 불안에서 기인한 환상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경계의 환상 공간이 시각적으로 형상화되는 과정을 밝히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본 연구를 통해 경계로서 환상 공간이 현실과 실재의 경계 지점에서 주체성을 탐구하는 공간으로서 지니는 의미를 고찰한다. 이를 위해 작품에서 인물의 의미와 공간이 형성되는 과정을 밝히고, 상상에 의한 재구성과 환유적 구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조형적 세계의 탐구를 모색한다.

이와 같은 연구 목적을 위해 연구의 출발점으로 연구자의 불안의 근원을 사회학적 관점과 프로이트, 라캉의 정신분석이론을 바탕으로 밝히고 환상이 발생하는 지점을 연구한다. 또한 라캉의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와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적용하여 환상 공간에 발현된 여러 구조적 특성을 해석한다. 이어서 초현실주의 이념의 흐름을 바탕으로 미술에서의 사실적 재현, 단순화를 통한 재구성과 고채도의 색채를 통한 심리적 효과를 살펴본다. 또한 환유적 구성을 바탕으로 하여 은유적 의미를 발생시키는 시각화 과정을 탐구한다. 이러한 연구 작품의 이론적 고찰은 연구자의 무의식 속에 내재된 소망을 세밀히 이해하고, 경계로서 환상 공간이 형성되는 과정을 고찰함으로써 작업의 타당성을 뒷받침 해준다.

이어서 연구자에게 깊은 영감을 준 선행 작가의 작품들을 인물의 형상과 공간 구성의 측면에서 연구한다. 이를 위해 레메디오스 바로의 환상 공간을 라캉의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의 이론적 관점으로 접근하여 연금술과 과학이 결합된 여행의 공간임을 탐구한다. 이와 더불어 조르조 데 키리코는 인물을 그림자와 조각상으로 형상화하여 고독함을 표현하고, 변형적 원근법을 활용하여 고전과 현대가 교차하는 한낮의 우울한 공간을 창작한다. 또한 마그리트는 사물과 재현된 그림의 관계를 단절시킴으로써 사유하는 공간을 탐구한다. 연구자는 이와 같은 선행 작가의 작품들을 분석하여 공간을 탐색하고 시각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마지막으로 앞서 살펴본 이론적 관점과 선행 작가의 작품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자의 작품 분석을 진행한다. 연구자는 초기 작업인 〈상상적 관념〉 시리즈에서 개인이 지니는 상상적 관념의 공간을 형상화한다. 이를 위해 사진 이미지를 바탕으로 화면을 다시점의 결합과 공간의 겹침을 통해 재구성하고 선과 면을 활용하여 기하학적 공간을 구성한다. 이와 같은 초기 작업을 바탕으로 하여 〈너머의 세계〉 시리즈에서는 경계로서 환상 공간이 지니는 구조와 회화적 표현 방법을 탐구한다. 경계로서 환상 공간은 상징계와 실재계가 겹쳐지는 이중 공간을 형성하며, 아이러니의 방법을 통해 현실에서 또 다른 비현실적 공간인 헤테로토피아를 구축한다. 이러한 환상 공간은 초현실주의 이념의 흐름을 바탕으로 사실적 재현과 단순화를 통해 창작된 새로운 실재이며, 끊임없는 환유의 구성을 통해 내면에 잠재하는 의미들을 은유적으로 표출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현실과 실재의 경계 지점에서 발현되는 환상 공간의 탐구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을 이해한다. 환상 공간을 표현한 회화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의 자리에서 타자와 자신에 관해 질문하고 깊이 있게 응시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행해지는 회화적 시도들은 현상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자유로운 모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로써 연구 작품은 일상 속 환상의 가치를 전달하며 삶과 주체에 대한 발전적 욕망을 전달해주는 데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