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과거 대비 물질적 욕망을 충족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현대 사회가 급속한 변화를 거듭해감에 따라 우리의 생활도 점점 편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대인의 정신건강은 나날이 피폐해지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산업화가 발전됨에 따라 기계화가 비인간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데다 생존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의 위협을 받고 있기에 살아감에 있어 불안이 크게 자리할 수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지금껏 불안의 근원적 의미에 대한 연구가 끊이지 않았다. 역사적으로도 불안은 인간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기본요소이다.
연구자도 불안의 지배 아래 살아가는 현대인 중 한 명으로 삶에서 불안의 존재를 몸소 느끼고 있다. 후기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빈익빈 부익부와 무한 경쟁을 양산해내고 있다. 이는 사회구조적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주된 원인으로 인간은 이와 같은 구조 속에서 경쟁을 통해 도태를 경험하고 생존의 위협을 느낄 뿐 아니라 소속 집단에서 배제되지는 않을까 사회적 위협을 겪는다. 예측이 어려울 뿐 아니라 피할 길도 없는 상황에서 긴장을 반복하다보면 자연히 불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현대인들의 불안 경험을 내러티브 이미지로 재구성하여 보여준 연구자의 작품을 분석한다. 작가로서 작품은 관람자와의 소통 수단이자 사회를 바라보고 통찰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는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되짚어보고 그 속에서 공감과 위안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비록 현대미술은 오늘날 기술과 사회의 발전으로 많은 새로운 매체들이 나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이 사회에서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즉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관람자의 감성적인 부분을 일깨워 주는 것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본 논문의 작품 분석 구조는 시모어 채트먼의 내러티브 구조를 기반으로 '내용'과 '표현'을 중심으로 하여 하이퍼 텍스트 이론까지 확장하여 작품의 분석의 이론적 배경으로 정립한다. 그리고 현대 미술에서 내러티브 이미지의 수용 과정을 다룬다. 연구자 작품에서 내용적 측면은 현대인의 불안을 표현한 것이기에 불안에 대한 사회학적·철학적 고찰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연구자 작품의모티브는 '불안에 대한 통찰과 표현'이므로 현대인의 불안을 유발하는 사회 문제를 살펴보고 불안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하이데거와 사르트르를 철학적 이론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두 번째로 연구자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의 작품을 비교 분석한다. 연구자는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소거법을 응용한 드로잉과 조각, 앤토니 곰리의 공간적 내러티브가 담긴 조각 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더불어 수신핑은 중국 현대 판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며 판화 기법에 있어 연구자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또한 연구자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개인 서사적 내러티브가 담긴 드로잉에서 영감을 받았다. 때문에 논문에서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앤토니 곰리, 수신핑, 루이즈 부르주아 등의 구체적인 작품과 연구자의 작품을 비교 분석한다.
세 번째로 내러티브 개념과 불안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연구자 본인의 작품을 분석하고자 한다. 채트먼의 내러티브 구조를 분석 틀로 삼아 연구자가 박사과정 기간에 제작한 〈Homage〉 연작, 〈Fall down〉 연작, 〈Solitary〉 연작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세 시리즈는 문학 작품에 표현한 불안, 그리고 현대인에 대한 관찰, 자신에 대한 성찰에 집중한 것으로 연구자는 불안에 대한 형상화를 통해 관람자와 소통할 수 있는 형태로, 또한 연구자의 불안한 감정을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예술은 하나의 시대상을 표현하는 척도이다. 예술은 곧 시대를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삶에 지친 이들에게 활력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연구자의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모습을 투영하려 한 것으로, 연구자는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는 불안을 판화 작품 공간으로 구현하는데 목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