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2004-2022 현재까지 연구자가 일관되게 제작하고 있는 생성과 잠재성을 함의한 연구 작품의 비결정성을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다각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연구자는 본고에서 우주에 존재하는 생물, 무생물을 포함한 모든 물질을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생명성과 잠재적 힘을 지니고 있는 잠재적 존재로 제시한다. 연구자가 바라보는 잠재적 존재들은 무언가로 되어가고 있는 과정 중에 놓여 있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변화 가능성으로 가득 찬 비결정적 존재들이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연구자는 연구 작품의 비결정성을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성으로 제시하며 이를 철학, 현대물리학, 미학, 미술사의 맥락에서 분석을 시도한다.
연구자는 일상의 경험을 통해 생(生)의 의미와 잠재적 존재로서의 가능성을 자각한다. 이 경험에서 연구자는 생(生)에 대한 긍정의 감정과 함께 신체에서 느낀 비가시적인 물질을 일종의 기(氣), 에너지(Energy), 생(生) 에너지와 유사한 개념으로 바라본다. 이에 연구자의 몸에서 감지한 비물질의 움직임을 현대물리학에서의 '에너지'와 '입자'들의 탐구를 통해 비물질의 공간 속 움직임을 추론한다.
철학에서는 개체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는 사유에 관해 탐색한다. 생성철학의 관점에서는 단일 개체가 지닌 잠재성을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의 '모나드(Monade)'개념을 통해 살핀다. 개체의 잠재성 발현을 유기체의 생성과 성장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지속'과 '생명의 약동'개념과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다양체'와 '되기'개념과 통해서 고찰한다. 이와 같은 되어가는 과정으로서의 생(生)과 잠재성에 관한 탐구는 연구자의 작품 〈붉은 드로잉 연작〉과 〈바느질 연작〉을 통해 그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다.
유기체뿐 만이 아니라 무생물, 비인간 또한 자신만의 고유한 생명력과 잠재적 힘을 지니고 있다는 연구자의 탈(脫)인간중심적인 태도에 관한 시선은 사물의 고유한 생명력과 힘을 주장한 제인 베넷(Jane Bennett)의 '생기적 유물론(Vital Materialism)'과 세상의 모든 물질을 동등하게 바라보며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적 관계망에 대해 이야기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을 통해 관찰한다. 이러한 관점은 연구자의 작품에서 개체들이 맵핑(Mapping) 형태로 보여 지는 〈Dot 연작〉에서 관찰해볼 수 있다. 연구 작품의 부드러운 재료와 수공(手功)을 통한 무의식적 반복으로 제작되는 비정형적이고 비결정적 이미지는 현대 미술의 포스트미니멀리즘(Post-Minimalism)의 맥락에서 탐색한다.
연구자는 작품에서 불안정한 미완의 잠재적 개체들이 서로 이어지고 결속하며 강력한 무언가로 자라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탐구한다.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변화를 촉발하는 요소는 우연과 사건에 의한 타자성의 개입이다. 작품에서 보이는 생물과 무생물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불확실한 이미지들은 신체의 부분을 연상시키며 심리적으로 불편한 감정, 언캐니(Uncanny)를 불러일으킨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연구자의 작품을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언캐니(Uncanny)개념과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ie)의 비정형(Informe)이론으로 언캐니미학을 통해 살펴본다.
연구작품의 유동하고, 비정형적이고, 비결정적인 이미지들은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며 불완전한 우리들 역시 내면에 알지 못하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성의 힘을 지니고 있음을 전한다. 연구자는 본 연구를 통해 부서지기 쉽고 연약한 존재들이 생각보다 약하지 않으며, 내면에 무한히 강한 힘 지닌 가능성의 존재임을 말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