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인간은 태어나서 눈을 감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생애에서 연속되는 관계맺음은 한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이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기술의 발달은 사람들의 관계맺음 방식을 IT와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확장했고, 시공간의 경계를 초월하는 초연결사회로 이끌며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인류에게 찾아온 COVID-19 감염병 발병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대면에서 비대면 문화로 사회 전반에 확산시켰다. 다변화된 환경으로부터 오는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은 취약한 특정 계층만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겪는 문제이며 외로움은 이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시대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급증하는 인간의 외로움과 우울, 고립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본 논문은 외로움과 고립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의 예술가로서 이러한 사회현상을 목도하고 예술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의미를 살펴 예술가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고 예술을 통해 긍정적 삶의 의미를 고찰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논문이다. 연구자는 2010년 부터 현재까지 'Relationship'을 큰 주제로 인간의 행복을 위한 Art for life 개념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맺음에 큰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 중심 휴머니즘의 인간관계 맺기는 '인간 vs 인간'에서 벗어나 '인간 vs 비인간'의 관계로 확장되고 있다. 비인간은 인간 이외의 뜻을 지닌 모든 존재로 인간 너머의 그 범주가 확장된다. 4차 산업발달과 문명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자유롭고 편리하게 해주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환경파괴, COVID-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 출현 등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을 지키고 삶을 영위하는 데 비인간 대상들과의 공진화를 계속 연구해야 하는 시점이다.

외로움과 고립의 시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삶에서 '행복한 관계'가 삶의 중요한 생존 장치가 될 수 있다. 삶을 함께할 긍정의 반려존재가 필요한 시대이다. 그러나 인간의 관계맺음은 미묘하고 복잡하며 시공간, 물리적 비용 등 많은 요구조건이 필요하며, 인간관계로 상처받은 사람들은 새로운 인간관계 맺음에 두려움이 앞선다. 연구자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며 시대적 상황에서 외로움과 고립으로 삶에서 고통받고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예술가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의미가 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리고 힘든 삶 속의 인간에겐 함께 소통하고 의지하며 힘을 얻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를 통해 반려존재에서 확장된 '반려예술 (companion Art)'의 개념을 새롭게 만들고 본인의 연구작품 분석을 통한 판화 확장성과 고유성을 통해 '반려예술'의 가능성을 연구 분석한다.

연구자는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을 둘러싼 인간과 인간 너머의 비인간 대상들 모두 반려존재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생기론적 유물론에서 비인간 존재로 사물, 혹은 다른 대상에 생동하는 물질로 행위적 속성을 가진 대상들이 모두 일상의 삶을 함께하는 반려존재가 될 수 있다. 그 가운데 예술가의 삶을 통해 가시화된 예술작품도 비인간 범주에 포함되며 인간과 교감하는 반려존재로 삶을 함께하는 대상으로써 반려예술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연구자는 짝이 되는 동무로 일상의 삶을 함께하는 존재로 반려예술이 가능하며, 복수성을 중심으로 판화의 확장성은 반려예술로서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연구에서 고찰한다.

본 논문에서 연구자는 사전적 의미로 동반자, 짝이 되는 동무 '반려(伴侶)'와 '예술(藝術)'을 결합한 '반려예술(Companion Art)'을 새로운 개념으로 제의한다. 연구를 통해 포스트휴먼 시대에 '반려존재'인 '반려예술'이 인간과 함께 공존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하길바라며, 연구자는 예술을 통해 긍정적 삶의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