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연구자가 아동기에 경험한 트라우마를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말하고 있다고 보고, 이 말하기 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연구는 크게 선행연구와 제작 및 분석의 단계로 진행되었다. 선행연구에서는 외상 기억의 특징과 외상 경험이 연구자의 삶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고, 작업을 분석하는 데에 활용될 개념들을 소개했다. 이어서 과거작 연구를 통해 작업의 형성 배경과 외상 기억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연구자의 작업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을 '멜랑콜리적 자아'로 진단하여 이에 대한 처방으로 '신화'를 재건할 필요성을 살펴보았다. 선행작품으로는 멕시코 봉헌화를 소개하며 트라우마 말하기의 한 방법으로써 기능하는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해 연구했다.
제작과 분석 단계에서는 앞서 연구한 멕시코 봉헌화의 형식을 차용하여 연구작을 제작하고, 비교와 분류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본작을 제작하고, 작업이 전개됨에 따라 인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해봄으로써 트라우마가 어떤 식으로 작업에서 말해지고 있으며 그 말하기 방식이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자의 작업 속에서 트라우마는 은유적인 방식으로 말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은유적인 방식은 직접적으로 서술할 때보다 말하기를 더 수월하게 만들고, 연구자가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과 그 영향력에 대해 인지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트라우마는 허구적인 서사를 통해 말해졌다. 앞서 말한 상상력의 개입은 본작에서 영웅담의 성격을 띤 가상의 이야기로 출현한다. 연구자는 이 '승리'로 결말지어진 서사의 맥락을 통해 파편화된 채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트라우마 기억이 다른 기억의 줄기에 편입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 재평가 과정은 외상 후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트라우마는 분열된 양상을 통해 말해졌다. 다수의 인물로 표현된 내적 부분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관찰하는 과정은,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인해 부정적으로 인식된 내적 부분을 인지하고 이를 수용함으로써 '나'와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들에 대하여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연구자는 본 연구를 통해 트라우마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트라우마 기억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일러스트레이션이 트라우마 기억의 말하기 방법으로써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도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었다. 나아가 본 연구가 말하기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다른 트라우마 경험자들에게 하나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