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장거리 이동보다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에서 생활하려는 하이퍼로컬(Hyperlocal) 현상이 급부상하고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지역들이 로컬 지향 트렌드를 이끌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중 성수동은 2016년부터 창의적인 아티스트들이 폐공장이나 창고를 개조해 카페 혹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며 성수동만의 독특한 지역성을 형성한 곳이다. 1970-80년대 경공업 시대에 지어져 붉은 벽돌 마을 조성 사업과 함께 보존되고 있는 성수동의 붉은 벽돌 건물은 성수동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색채이다. 매장 파사드(Facade, 건물 외관)에 반영된 색채는 식별성과 정서성을 가지며 색채 연상과 함께 브랜드 개성 구축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파사드는 2가지 이상 색의 조합인 배색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배색의 조화로움을 만들고 색채 연상을 활용해 브랜드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로컬 지향 트렌드 속에서 브랜드가 특정 지역에서 자사의 브랜드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매장의 얼굴인 파사드에 어떻게 배색을 설계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인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표준화된 파사드를 가지고 있는 스타벅스 성수역점을 모델로 선정해 매장 파사드에 성수동의 지역성을 반영하여 배색을 유형별로 디자인하고 이에 따라 브랜드 개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검증하였다. 이를 통해 향후 성수동에 진출하고자 하는 브랜드들이 매장 파사드를 디자인할 때 브랜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배색 설계에 대한 방향성과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연구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성과 브랜드의 지역화 전략에 대해 알아보고 지역성을 반영한 파사드 디자인과 재료의 색 그리고 배색 조화에 관한 이론을 분석했다.
둘째, 제니퍼 아커의 브랜드 개성 이론의 키워드와 고바야시 시게노부의 컬러 이미지 스케일의 이미지 키워드 매칭을 통해 브랜드 개성별 배색 이미지를 재정리했다.
셋째, 직접 성수동 카페거리를 방문하여 매장 파사드에 적용된 지역성을 파악하고 성수동 관련 검색어 빅데이터 조사를 통해 주요 키워드를 도출했다. 다음으로 예비조사를 통해 표준화된 스타벅스 파사드와 지역성을 반영한 스타벅스 파사드 그리고 성수동 대림창고 카페 파사드에 대한 브랜드 개성을 파악했다.
넷째,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스타벅스 성수역점 파사드 디자인의 지역성으로 '서울숲', '폐공장', '붉은 벽돌'을 선정하고 브랜드 색채와 배색 조화를 조합해 배색 유형 3가지를 설계했다. 그리고 스타벅스 성수역점의 브랜드 개성으로 진실함, 활기참, 강인함을 도출했다. 최종 실사 시뮬레이션 이미지 디자인을 할 때는 보다 효과적인 색채 연상을 일으키기 위해 CMF(Color·Material·Finish, 컬러·재료·마감) 관점에서 접근했다. 배색 유형 A는 녹색 계열(G)의 스트롱 톤(S)의 유광 타일, 배색 유형 B는 중명도 회색 계열(Gr) 도장에 빛바랜 마감의 징크(Zinc) 판넬, 배색 유형 C는 빨간색 계열(R)의 딥 톤(Dp) 도장에 그런지한 질감의 메탈 시트를 적용했다. 또한 독특한 형태보다 배색과 재료 중심으로 파사드를 디자인했다. 완성된 실험물로 3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실증 연구를 진행했으며 통계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지역성을 반영한 파사드 디자인의 배색 유형 A, B, C는 브랜드 개성 5가지 상위 요소인 진실함, 활기참, 유능함, 세련됨, 강인함에 대해 모두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배색 유형 A(브랜드 녹색 주조색+유사 조화)와 배색 유형 B(브랜드 녹색 미적용+무채색 조화)는 배색 유형 C(브랜드 녹색 심볼 강조색+대비 조화)보다 '진실함'이 높게 나타났고, 배색 유형 A가 배색 유형 B보다 '진실함'에 대해 유의한 수준으로 높게 평가되었다. 이것은 유채색 녹색 계열(G)의 스트롱 톤(S)이 무채색 회색 계열(Gr)보다 '진실함'의 하위 요소인 '건전한'과 '정직한'에 대한 강한 색채 연상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된다.
배색 유형 A(브랜드 녹색 주조색+유사 조화)와 배색 유형 C(브랜드 녹색 심볼 강조색+대비 조화)는 배색 유형 B(브랜드 녹색 미적용+무채색 조화)보다 '활기참'이 높게 나타났다. '활기참'의 '생기있는'은 녹색 계열(G)을 포함한 고채도의 색상이 주가 되는 배색으로 배색 유형 B의 빛바랜 질감에 무채색 조화의 영향 때문에 유의한 수준으로 가장 낮게 평가되었다.
배색 유형 C(브랜드 녹색 심볼 강조색+대비 조화)는 배색 유형 A(브랜드 녹색 주조색+유사 조화)와 배색 유형 B(브랜드 녹색 미적용+무채색 조화)보다 브랜드 개성의 '강인함'에 대해 유의한 수준으로 높게 평가되었다. 이것은 빨간색 계열(R) 색상의 딥 톤(Dp)과 그런지(Grunge)한 질감이 '강인함'의 하위 요소인 '거친'에 대한 강한 연상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된다.
조절변수였던 성별에 따른 배색 유형별 브랜드 개성에 대한 차이도 나타났다. 배색 유형 B(브랜드 녹색 미적용+무채색 조화)에 대해서 남성은 여성보다 '활기참'과 '강인함'을 유의한 수준으로 높게 평가했고, 배색 유형 C(브랜드 녹색 심볼 강조색+대비 조화)에 대해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세련됨'을 높게 평가했다. 이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색채 연상에 대한 공통성이 낮고 색채 연상 자유도와 범위가 넓은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스타벅스 성수역점의 브랜드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배색 유형 A가 유의한 수준으로 가장 높게 평가되었다. 따라서 스타벅스 성수역점의 브랜드 개성인 '진실함'을 드러내기 위해 '붉은 벽돌'의 강한 지역성을 반영하기보다는 '서울숲'이라는 지역성을 반영하여 스타벅스의 브랜드 색채인 녹색과 어우러지도록 배색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제 브랜드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매력적인 로컬 안에서 차별화된 브랜드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색채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브랜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각 표현 요소이다. 색채는 무엇보다 색채 연상과 배색 조화 그리고 CMF(Color·Material·Finish, 컬러·재료·마감)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매장 파사드는 다양한 건축 재료와 마감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색채가 전달하는 느낌과 이미지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색채가 놓이는 다양한 관계성에 따라 색채는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인지될 수 있기 때문에 형태, 면적, 배열을 함께 고려하여 배색을 설계해야 한다.
지역성을 반영한 파사드 디자인의 배색 유형에 대한 고민은 브랜드 개성을 표현하는데 좋은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본 연구가 성수동에 진출을 계획 중인 브랜드에게 배색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을 덜어주고 차별화된 브랜드 개성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