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학위 논문은 시편 119편의 구조에 대해 평행법적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살아계신 말씀과 결핍(defectus)된 인간의 깊은 관계성을 주목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시편 119편에서 인간과 말씀의 관계성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지향성을 갖는 두 어조의 교차 가운데 더욱 깊은 결속 관계로 나아가는 길항적 진자운동의 형태로서 나타난다. 시편 119편은 각 알파벳마다 8개 절로 구성된 22개의 연을 이루는 이합체시이다. 시편 전체의 전반부 1-11연에서는 고난 중에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깊은 신뢰와 소망의 삶을, 후반부 12-22연에서는 고난 중에 참 지혜의 근원으로서 토라를 뜨겁게 사랑하는 삶을 표현한다. 이와 동시에 시편 119편의 가장 중심부로서 11-12연에서는 중심 주제로서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이신 〈토라트 아도나이〉가 결핍(defectus)된 인간을 경건의 길로 이끄시는 말씀과 인간의 깊은 관계성의 운동을 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전반부의 마지막 연으로서 11연에서는 고난 가운데 의지할 곳 없는 시인이 오직 말씀에 대한 믿음과 소망만 남겨진 채로 지쳐있는 상태에 있음이 표현된다. 뒤이어 후반부를 시작하는 12연은 온 피조세계를 보존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시인의 계시적 이해를 보여준다. 곧 생명의 말씀의 능력이 시인의 마음과 생명을 구원하고 보존하심을 깨닫고 이를 고백한다. 뒤이어 13연부터 21연 가운데 시인은 지혜의 참된 근원으로서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향한 확정된 사랑을 표현한다. 고통의 한가운데서도 〈토라트 아도나이〉에 대한 이러한 사랑의 표현은 열 차례나 나타난다.

시편 119편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결핍(defectus)은 말씀 없이는 독자적으로 살거나 유지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인간의 본성에 근거한다. 이 결핍은 말씀과 구원을 향한 강렬한 열망이자 하나님의 약속에로의 힘있는 갈망이다. 아우구스티누스도 주해한 바로서 결핍이 말씀과 구원을 향할 때 이는 높임 받을 만하며 마땅히 바랄 만하다(defectus laudabilis vel optabilis).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 〈토라트 아도나이〉는 연약한 인간에게 확정된 마음을 일으키신다. 인간의 결핍(defectus)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 〈토라트 아도나이〉를 의존하며 구하고,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은 연약한 인간을 보존하시며 살리신다. 시편 119편의 흐름 가운데 이러한 인간과 말씀의 관계성은 더욱 강화되고 심화된다.

인간의 결핍 가운데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 〈토라트 아도나이〉를 향하는 전적 의존의 언어표현은 겸비의 어조, 약함의 어조로 일컫는다. 약함의 어조는 많은 경우 고난, 대적들과 관련된 표현들이나 2인칭 청자이신 주님을 향한 간구로서 명령형 문장 형태의 간구 등으로 표현된다. 결핍을 채우시는 생명의 말씀의 능력에 의해 일으켜진 확정된 마음이 〈토라트 아도나이〉를 향하여 사랑의 의지 표명하는 언어표현은 고양된 어조, 강함의 어조로 말할 수 있다. 강함의 어조는 많은 경우 화자의 의지와 지향성을 드러내는 청유형 문장 형태의 확언 등으로 표현된다. 이 두 종류의 어조는 길항적 진자 운동의 형태로 나타난다.

시편 119편은 강함의 어조와 약함의 어조의 교차 가운데 결핍된 인간과 말씀의 더 깊은 결속 관계, 더 깊은 신뢰, 사랑으로 나아간다. 강함과 약함의 두 어조는 결국 동일한 목표를 지향함을 의미한다. 시편 119편에서는 한 인간이 살아계신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온 말씀이신 〈토라트 아도나이〉를 온 마음과 목숨으로 갈망하며 수용한다. 그는 그 말씀에 따라 말과 실행을 하기를 원하는 가운데 모든 순간들을 맞이한다. 결핍이 주도하는 말씀을 향한 갈망인 약함의 어조와 말씀으로 일으켜진 유한한 인간의 확정된 마음인 강함의 어조가 교차되는 가운데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은 끊임없이 결핍된 인간을 더 깊은 결속관계로, 신뢰와 사랑의 경건의 길로 이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