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해석에 있어서 '알레고리는 배격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연구하고 알아가야 하는 대상이다.'라는 이 논지가 본 연구의 일관된 주장이다. 본 논문은 우리가 알레고리 해석을 한다면 어떤 성격의 알레고리를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논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학에 뿌리를 둔 한국교회의 성경해석은 초대 안디옥 교부들과 종교 개혁가, 루터와 칼빈의 유산을 계승하여 문자적 해석에 집중하여 왔다. 따라서 알레고리 해석에 대해서 배타적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알레고리 해석을 하는 이중적인 현상이 오랜 시간 동안 있어왔다. 따라서 본 연구자는 성경 해석에 있어서 알레고리 해석을 하게 되는 이유를 제시하였고, 알레고리 해석을 배격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본 연구를 시작하였다.
본 논문의 목적은 사라-하갈 알레고리 해석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개혁주의 성경해석에 적합한 알레고리의 성격과 범위를 알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성경 해석의 과정에서 알레고리 해석의 적합성이 공동체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며, 본문의 의도를 벗어난 알레고리 해석은 부적절하다는 것도 본 논문의 강조점이다. 즉, 건강한 알레고리 해석은 성경 본문을 존중하는 것이다. 건강한 알레고리 해석의 예로 본 연구자는 바울의 알레고리를 제시했는데, 갈라디아서의 사라-하갈 알레고리 해석을 통해서 살펴본 바울의 알레고리는 성경의 역사를 존중했고, 인용한 본문의 문맥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그리스도 중심적 관점에서 원 본문의 의미를 더 충만하게 드러내었다.
본 연구에서 바울의 알레고리 해석은 개혁주의 성경해석에 있어서 적법한 해석으로 나타나며, 건강한 알레고리 해석의 모범이 된다. 바울은 개혁주의 성경해석이 역사적-문법적 해석을 통해 본문의 의미를 완전하게 드러낼 수 없는 한계를 보완하였다. 즉, 바울은 계시가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성취된 관점에서 모형이나 예표만으로는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그 의미를 온전하게 드러낼 수 없는 부분을 알레고리 방법을 적용하여 본문의 의미를 온전하게 드러내었다. 바울의 이러한 해석의 예는 갈라디아서의 사라-하갈 알레고리에서 나타나는데, 바울의 알레고리 해석은 창세기 본문의 주제와 배경, 그리고 역사를 떠나지 않은 건강한 해석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제시되었다.
건강한 알레고리는 성경 본문에 대한 존중이다. 즉, 기록된 말씀을 하나님의 계시로 인정하는 것인데, 시대와 독자가 처한 상황이 변해도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한 진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 저자나 상황에 따라 원본문의 의미가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자는 본 연구를 바탕으로 알레고리 해석을 다섯 단계로 정리했다. 단계가 높을수록 저급한 알레고리로 규정되는데, 가장 높은 5단계의 알레고리 해석은 선행연구에서 살펴본 현대 학자들의 해석이다. 이들의 해석은 성경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서 출발하여 계시를 해석함으로, 본문의 의미에 역행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다음 4단계의 알레고리 해석은 제2성전기 문헌이다. 이 문헌들은 창세기의 사라-하갈 이야기를 저자의 의도에 따라 재해석했는데, 일부는 설화 또는 우화의 성격을 나타내었다. 또 다른 문헌은 유대민족과 특정인물에 대해 편향적인 해석을 했고, 헬라 철학으로 성경 본문을 해석함으로 본문과 다른 의미를 도출하기도 했다.
다음 3단계의 해석은 초대 교부들의 해석이다. 이들의 해석에서는 본문 중심의 문자적 해석과 알레고리 해석이 나타났는데, 안디옥을 중심으로 한 교부들은 문자적 해석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들도 알레고리 해석을 했는데, 본문의 의미와 다른 자의적인 해석으로 나타났다. 알렉산드리아의 교부와 서방 교부들의 해석에서는 비교적 알레고리적 해석이 나타났고, 성경에서 다양한 의미를 도출하기도 했다.
다음 2단계는 루터와 칼빈의 해석이다. 루터와 칼빈은 갈라디아서의 사라-하갈 알레고리를 해석하면서 성경 본문의 의미를 흐리는 알레고리를 반대했고, 본문의 의미를 드러내는 문법적-역사적 해석을 강조했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상황에서 이들도 갈라디아서 본문을 알레고리 방법으로 해석했고, 때로는 자의적인 해석도 발견되었다.
다음으로 1단계는 바울의 알레고리 해석이다. 갈라디아서의 사라-하갈 알레고리에서 바울은 창세기의 사라-하갈 이야기를 가져와 알레고리로 해석했다. 그러나 바울의 알레고리 해석은 창세기의 배경과 주제, 그리고 문맥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그리스도 중심적 관점에서 본문의 의미를 더 충만하게 드러내는 해석을 했다.
건강한 알레고리는 기록된 본문을 바탕으로 하되, 문맥의 의미를 벗어나지 않으며 하나님께서 의도한 더 충만한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은 곧 개혁신학의 성경해석에 적합한 기준이며, 본 연구에서 살펴본 바울의 알레고리 해석은 개혁주의 성경해석의 적합성을 나타낸 건강한 알레고리의 표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