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고전 시대를 대표하는 독일의 작곡가로, 수많은 작품을 남기며 당시 기악 음악에 크게 공헌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베토벤에 이르기까지 호른과 호른 음악의 발달사를 살펴본 후, 1800년에 작곡된 《호른 소나타, Op. 17》을 중점적으로 분석 연구하였다.
호른은 사냥과 신호용으로 사용하다가 '사냥용 호른'(Cors de chasse)의 내추럴 호른으로 음악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18세기 독일어권에서 호른의 개량과 함께 관현악단에서 음악 작품의 악기로 사용되어, 점차 보편화되었다. 베토벤에 이르기까지 호른 음악은 초반에 주로 콘체르토와 디베르티멘토의 형태로 작곡되었고, 후반에는 실내악곡으로도 작곡되었지만, 호른 소나타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이로써 호른 소나타는 베토벤이 최초로 작곡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호른 소나타, Op. 17》은 1800년, 베토벤 초기의 작곡된 곡으로, 밝고 씩씩한 기운과 호른의 웅장함이 드러난 곡이다. 이 작품은 당시 유명한 호르니스트 요한 벤첼 슈티히(Johann Wenzel Stich, 1746-1803)의 연주회를 위해 베토벤이 작곡했으며. 호른의 역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시초가 된다. 베토벤의 유일한 호른 소나타로 이 작품은 당시 오케스트라에서 분량이 크게 없었던 호른의 역할을 독주 악기로 끌어낸 곡이다.
《호른 소나타, Op. 17》은 전체 3악장 구성으로 고전적 소나타의 틀을 갖췄으며, 제1악장은 소나타 형식, 제2악장은 2부분 형식, 제3악장은 5부분 론도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호른 소나타, Op. 17》은 고전 시대의 음악적 특징인 단순하고, 경쾌한 성격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는데 제1악장의 짧은 서주의 도입, 제2악장은 관계 단조가 아닌 같은으뜸음조인 f 단조로의 전조와 곡 끝부분에 아타카로 제3악장을 연결, 제3악장의 론도 형식 등이 그 예들이다. 이것은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풍의 음악어법으로, 이 작품은 베토벤의 초기 작품이지만 선배들의 영향이 지대함을 볼 수 있다. 작곡 당시 연주하기 하루 전날부터 작곡했기 때문에 베토벤의 주관적 표현력이 나타난다고 보기보다, 이전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호른 소나타, Op. 17》이 작곡되기 이전, 호른이 포함된 금관 실내악 작품 안에서 유사한 부분들도 찾아보았다.
이로써 짧은 시간 안에 작곡되어 베토벤의 독창성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풍부한 다이내믹(dynamic)과,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줄 수 있는 곡으로 오늘날 호른 연주자들에게 중요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음으로서 베토벤의 엄청난 작곡 능력과 기악 음악 작곡가로서의 면모를 다시 확인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 베토벤의 1기 작품 안에서 비중이 작았던 호른의 역할을 독주 악기로 끌어낸 곡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과 최초의 호른 소나타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