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의기관이자 조례를 제정하는 지방 입법 기관이다. 특히 기초지방의회(기초의회)는 지방자치 부활 이후 가장 먼저 직선(直選)을 시작했고,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최소 단위의 대의기관이라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다.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2006년 제4대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기초의원 선거에도 정당공천을 도입했다. 정당 기구를 통해 후보자 정보를 제공하고 지자체 차원에서도 책임정당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정당공천 도입의 목표였다. 하지만 기초의원 정당공천은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 공천을 받기 위한 부정부패, 지역내 패권정당의 의석 독점 심화 등 지방정치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기초의원 선거의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정당공천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본 연구는 정당공천의 적절성을 실증적으로 평가하기 위하여 기초의회 정당공천 이후 의정활동 성과의 변화를 기준으로 삼았다. 「지방자치법」제5장 및 기초의회 관련 선행연구에서 제시한 기초의회의 3대 기능(입법 및 의결‧주민대표‧집행기관 견제활동)을 기준으로 연구문제를 설정하고, 의정활동 성과의 변화를 양적 연구 및 질적 연구(기초의원 관련자인 기초의원‧사무처 직원‧중앙부처 담당자‧연구자‧유권자 총 7인에 대한 심층 면담)의 병렬적 혼합연구방식을 통하여 평가하였다.

연구 결과, 기초의회 의정활동 중 조례 입법과 평균학력으로 측정한 기초의원의 전문성 등 일부 지표는 개선되어 2005년 「공직선거법」개정취지를 부분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은 공천 과정에서 여성·청년 등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있으며, 기초의원들은 정당으로부터 일정한 자율성을 확보하여 의정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는 부족하며, 중앙당 및 집행기관의 상대적 우위는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 연구를 통해 드러난 의정활동 성과의 개선 정도와 질적 면담에서 기초의원 본인의 의정활동 성과에 대한 인식 간 차이가 발생했으며, 면담 대상자 간의 인식도 달랐다. 특히, 일반 유권자들이 기초의회 의정활동의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기초의회 정당공천이 의정활동 성과 전반에 뚜렷한 변화를 아직까지는 가져오지 못했더라도 기초의회 관련자들은 정당공천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정당공천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경우에도 정당공천의 필요성 자체를 전부 부정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기초의회 정당공천은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기초의회 정당공천과 관련한 향후 정책적 조치는 의정활동 성과가 부족한 기능의 개선을 촉진하는 동시에, 기초의회 정책의 궁극적 수혜자인 유권자(일반 주민)의 의정활동 체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입법‧의결 활동의 성과 개선을 위해서는 의정활동 개선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기초의원 '자질', 그 중에서도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다. 둘째, 주민대표활동과 관련해서는 영국 하원(House of Commons) 의원들이 진행하는 '서저리(surgery)'와 같이 정기적인 주민 의견수렴을 진행하여 기초의원 의정활동의 주민 체감도를 높인다. 셋째, 집행기관 견제 활동과 관련해서는 2022년 「지방자치법」개정을 통해 신설된 기초의회 의정정보 공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기초의회 의정활동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선행 연구의 한계를 일부 보완하고 향후 연구의 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첫째, 연구 내용 측면에서 의정활동 성과라는 실증적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성과 변화를 측정하여 기초의원 정당공천의 평가준거를 마련하였다. 둘째, 연구 방법 측면에서 선행연구가 시도하지 않았던 양적‧질적 혼합 연구방법을 활용하였다. 특히, 질적 연구를 위한 심층 면담 과정에서 기초의회 정당공천에 대하여 깊이 있는 응답을 해줄 수 있는 기초의회 관련자들(기초의원 본인‧사무처 직원‧중앙부처 담당자‧연구자)과 연구 대상으로 잘 선정되지 않았던 유권자 대상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참신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본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여 앞으로 진행되는 연구는 개별 지역을 범위로 설정하여 지역 특색을 고려하고,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축적된 의정활동 데이터를 대상으로 좀 더 체계적이고 다양한 통계 분석을 진행하며, 조금 더 다양한 지역에서 더 많은 기초의원 및 사무처 직원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함으로써 지역(수도권‧영남‧호남‧충청, 도시지역‧농어촌지역 등) 간 비교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기초의회가 명실상부한 주민의 대표로 주어진 소임을 다하는 데 정당공천이 기여한다는 본 연구의 목적을 보다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