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좋은 어머니 노릇', 특히 '아픈 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모성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기존 연구에서 취급한 '아픈 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모성경험과 ADHD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모성경험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다루었다.
이를 위해, ADHD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 8명을 심층면접하는 질적 연구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질적 연구에서 연구자는 절대적으로 객관적 위치에 놓일 수 없기에 연구자의 위치성은 매우 중요하다. 연구자는 2명의 10대 자녀를 양육하고 있으며, 첫째 자녀가 5년 전에 ADHD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ADHD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는 선행 연구에서 보여주듯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요구하는 '좋은 어머니 노릇'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다. ADHD 질환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어머니 비난은 감소했지만 어머니들은 이 질환을 드러내지 못함으로써 도덕적 비난까지 감수하고 있었다. 이는 어머니 자신은 ADHD 라는 질환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면서 양육태도 보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결함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상성의 규범'에서 자녀가 배제되지 않도록 근대적 개념의 훈육을 내재화 시키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 비난'마저 감수하면서 자녀의 질환을 숨기거나 가리고 있다. ADHD라는 질환이 성인기에 진입할 무렵에는 또래의 발달을 따라 잡을 수 있는 발달 지연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정상성의 규범'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어머니의 기대감은 신자유주의 경쟁사회에서 '좋은 어머니 노릇'에 요구되는 과학적 모성의 실천과 학업관리자로서의 모성 실천은 경합하거나 충돌하고 있다. 어머니는 자신의 자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ADHD 진단은 어머니 자신의 삶에 다차원적으로 교차하고 있다. 8명 중 6명의 어머니는 ADHD 진단을 받았거나 성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ADHD 질환이 확산되기 이전에 학령기를 보냈고, 성인이 되었다. '남들과 다르다'고 인식하던 좌절과 공포의 정체가 ADHD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머니들은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재해석 할 수 있었다. 그리고 ADHD 성향이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성과 부정성이 있고, 때로는 그 성향이 자신의 삶을 끌어가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또한 어머니들이 경험한 ADHD 질환은 젠더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그렇지만 어머니들은 신자유주의 경쟁사회에서 불평등이 심화된 현실에서 자녀의 ADHD 질환은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어머니들은 자녀의 ADHD 성향을 가리거나 숨기고, 교정하기 위해 건강관리자로서의 어머니 노릇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가중된 가사노동과 자녀의 질환 관리로 고된 어머니 노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어머니들은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기획을 하였다. 교육기관으로부터 소환되지 않는 평화로운 상태를 기회라 여기고 자녀의 사회성, 학업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간으로 활용하였다.
또한 어머니들은 ADHD 자녀를 양육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지만, 이 기간을 자신의 성장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ADHD 아동을 양육하는 고된 어머니 노동은 돌봄분배의 부정의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간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던 ADHD 어머니들의 커뮤니티 구성은 돌봄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조 모임을 넘어 '다른 몸'이 배제 되는 사회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어머니들이 ADHD라는 질환을 적극 드러내고, '비정상적 몸'으로 재현되는 문화에 적극 저항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 특히 ADHD 성향의 어머니들은 고학력, 중산층 이상의 사회적 자원이 풍부한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ADHD 성향을 가진 어머니들의 모성경험으로 일반화시키는 데는 한계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