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어진 'DMZ여성평화걷기'에 경기도 지역의 여성 운동조직 내 활동가들이 참여했던 경험을 분석하였다. 이 행사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여성평화운동가들의 기획과 총괄, 경기도 지역의 여성운동 조직들의 현장 실행력과 국제 여성평화운동가들의 연대가 더해지면서, '지역-서울(중앙)-국제여성평화운동가 간 여성연대'의 사례다. 하지만 행사의 지속성을 기대한 당시의 내외부 평가와 달리 경기도 지역의 활동가들은 '여성연대' 또는 '다시 하기 어려운 동원된 하루'라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경험적 인식 차이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DMZ여성평화걷기'를 지속해 나갈 동력을 만들지 못한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이 연구는 'DMZ여성평화걷기'가 여성평화 의제를 확산하는 공간이자 실현의 장이라고 할 때, 지역 여성운동 조직을 중심으로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당시 참여했던 활동가들을 연구참여자로, 심층 면접을 연구 방법으로 하여 참여 동기, 여성평화 의제에 관한 담론을 조직과 개인의 활동에 반영하는 차이, 그리고 'DMZ여성평화걷기'를 지역의 활동가들은 어떻게 의미화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연대'와 '동원된 하루'라는 인식의 차이는 초국적-서울(중앙)-지역이 합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지역의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구체적인 논의와 통합된 결정 구조에 참여하지 않은데서 기인하였다. 즉, 'DMZ여성평화걷기'에 관한 맥락이 구성되는 과정에 대해 통합적 이해가 선결되지 않은 채 참여함으로써 자신들이 참여 주체이지만 실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위치성을 드러냈다. 그리고 지역에서 여성평화 운동의 경험이 서울보다는 분절적으로 이뤄져 옴으로써 여성평화에 관한 아젠다를 구축하기 어려웠다는 점과 자원 동원이 서울만큼 이뤄지기 어려웠다는 측면에서 지역의 활동가들은 'DMZ'가 참여 동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DMZ여성평화걷기' 3년의 연대 과정에서 위계적 상황으로 인지될만한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연대'란 집단 간, 또는 개인 간 고유성과 주체성을 해치지 않고 사안의 해결을 위한 과정과 결과에 집중하는 것 등으로 재정의하게 된다. 이때, 상호부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도하지 않았어도 누군가는 과잉대표, 누군가는 수동적인 상황에 위치된다. 지역의 활동가들은 이 지점을 '동원됨'으로 의미화한다.
둘째, 'DMZ여성평화걷기'가 지역 여성운동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내부적 선결 조건은 여성평화 개념에 대한 확장된 이해이다. 그 이해의 바탕에는 여성에게 평화란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서 사회문화에 내재된 차별과 폭력에 대항하여 전개된다는 이론적인 근거가 존재한다.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할 때 여성평화 운동의 연대의 지점을 구성 해내는 역동은 정치세력화 훈련의 장으로도 기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현안을 여성평화 의제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남성=전쟁=통일=평화', 등식에 대항하여 '여성=비폭력=평화'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여성평화 운동의 효과성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의의를 가진다. 이 연구에서 연구참여자들이 제한됨으로써 '여성연대'와 '동원된 하루'의 경험적 인식 차이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지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특히 서울을 거점으로 하는 여성평화운동가들 사례를 적극적으로 담아내어 복합적 분석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이후 연구과제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여성평화운동 대다수가 서울(중앙)을 중심으로 과정이 기록되며, 결과를 평가하거나 초국적 관점에서 여성평화 운동을 해석해 온 데서 나아가 'DMZ여성평화걷기'를 지역의 활동가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지엽적이나마 지역 여성평화 운동의 기록물로, 'DMZ여성평화 걷기'의 재개를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