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성경적 가족'을 지향하는 목회자 가족은 실제 삶 속에서 부모와 자녀의 갈등으로 인해 끊임없이 균열, 해체, 재생산되고 있다. '성경적 가족'의 갈등은 한국 개신교의 구조적인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이 논문은 '성경적 가족'을 구현하고 있는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가족 갈등에 주목하면서, '성경적 가족'의 실체, 미자립교회가 겪는 딜레마의 구조적 원인을 젠더관점으로 분석하고, 한국 개신교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다. 미자립교회 목회자 가족의 갈등 경험을 분석하기 위해 20~30대의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 1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 및 문헌연구를 결합한 질적 연구방법을 수행했다. 연구에서 밝혀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경적 가족'은 교회를 원활하게 경영하기 위한 목회자의 욕망과 신도들의 열망이 결합된 이상적인 가족 모델이며 목회자와 목회자 가족 구성원을 교회 내 공용자원으로 '도구화'하는데 사용되는 가족상(想)이다. '성경적 가족' 모델을 따르는 사모와 목회자 딸의 역할은 목회자를 보조하는 것부터 비중심적인 업무, 돌봄의 영역까지 성별에 따라 공고히 젠더화되어 있었다.
둘째, 목회자 가족 구성원은 교회 내 '도구화'를 통해 겪는 억압과 갈등에 저항하여 '성경적 가족' 모델에 균열을 내고 있었다. 목회자 가족 구성원은 교회 경영을 위해 목회자가 통제, 지휘하는 '성경적 가족' 모델을 따르면서 억압과 고통을 겪었다. 목회자 자녀들은 고통에 대해 신앙적으로 내면화하거나 믿음과 기도에 대한 재해석과 삶의 주인을 하나님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두어 교회 내 동원되는 '도구화'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저항한다. 목회자 사모는 신앙적 내면화를 통해 자신을 억압하지만, 딸에게는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면서 사모라는 복합적인 억압의 근원지에서 저항의 모습을 보였다.
셋째, '성경적 가족'을 끊임없이 구현하는 미자립교회 목회자 가족이 겪는 딜레마의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았다. 한국 신학교의 무분별한 목회자 배출 시스템으로 인해 미자립교회가 증가했고 이는 경영난과 목회자 교육 수준 저하까지 이어지게 된다. 목회자는 생계부양에 실패하고 근대 남성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남성성을 구현하게 되지만, 가족 내에서는 변화하지 않았고 가족 구성원의 교회 내 '도구화' 또한 지속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궁극적인 원인에는 무분별한 목회자 배출 시스템이 있었으며, 교회 사례비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목회자 가족을 '성경적 가족'의 허구성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묵인하고 따를 수 밖에 없는 공모자이자 피해자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본 연구의 의의는 목회 상담으로만 이루어졌던 목회자 가족 내 갈등을 젠더적 관점에서 구조적으로 모색했다는 것과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성경적 가족'을 문제화하고 비판함에 있어 개신교 목회자 가족 연구를 진보적으로 전진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