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중앙정부의 권한이었던 노동행정의 사각지대를 메꾸기 위해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노동정책 추진이 요구되고 있다. 본 연구는 지방정부 노동정책의 선도로 평가받고 있는 서울시의 실제 사례를 분석하여 노동정책 혁신을 가능하게 했던 주요 요인과 성과, 한계 등을 살펴보고, 향후 지방정부에서 지속적이고 확장적인 노동정책을 펴나가는 데에 필요한 과제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관련 선행연구 및 실태조사 자료, 서울시에서 발표한 노동정책 관련 보도자료, 관련 조례, 서울시 내부 공식문서 등을 선별·분석하고, 노동정책의 수립 및 집행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인사들의 인터뷰를 정리하여 종합하였다.
기존의 지방정부 노동정책 관련 연구는 주로 당면한 노동의제를 중심으로 서울시와 몇몇 지방정부의 주요 정책사례의 성과와 한계 중심으로 분석한 것이 대부분이나, 본 연구는 서울시의 모든 노동정책을 분석하고 정책혁신을 추동한 환경적·정치적 요인, 거버넌스, 내부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탐구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한 서울시 노동정책의 성과와 향후 과제는 다음과 같다.
서울시는 중앙정부 위주 노동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취약계층의 권익보호를 위해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정책을 펴나갈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서울시의 노동정책 혁신의 배경에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형성된 진보진영의 협력과 연대가 있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법(조례)·제도 및 전담조직 설치 등 행정적 토대를 만들고 노동관련 정책수립 및 추진 과정에서 노동거버넌스도 확장시켰다. 이러한 유·무형의 노동인프라를 바탕으로 공공부문의 일자리 질 개선, 노동취약계층의 노동권 보호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실행하였다. 2016년 발생한 '구의역 승강장안전문 청년노동자 사망사고' 수습 과정에서는 시민들의 비정규직 차별철폐 요구를 반영하여 더욱 강도 높은 노동혁신 대책을 추진하였다.
서울시의 노동정책 혁신을 이끌어 낸 주요 외부요인은 노동행정 수요의 급증, 정치적 변화기에 노동의제를 이슈화하고 효과적인 거버넌스를 이끌어낸 노동계의 노력, 비정규직 차별문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관련정책 지지 등이다. 내부적으로는 지방자치 경험 속에서 축적된 행정역량, 시장의 노동친화적 감수성과 의지, 행정 내부의 유·무형 노동인프라 구축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서울시의 혁신적인 노동정책은 '지속가능성', '실현가능성', '효과'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생활임금제와 노동이사제 도입, 감정노동자 보호대책 등은 사회적 이슈화를 이끌어냈다. 노동정책을 지역경제 정책의 하위가 아닌 독립된 정책으로 정립하고 독자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실행해나간 점도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노동정책 모델은 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를 견인하여 전국 단위에서 노동취약계층의 권익보호와 생활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었다.
서울시의 노동정책 실행과정에서 검증된 주요한 제도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법제화하여 전국으로 확신시키고, 노동행정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하여 중앙-지방의 상호보완적 노동행정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서울-지방이 노동정책의 성과를 상호 공유하는 틀을 만들고, 노동취약계층이 주로 종사하고 있는 업종의 노동자와 사용자가 함께 참여하는 노사민정 협의기구를 구성하여 공공부문의 정책성과가 민간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노동정책 추진의 실무 주체인 공무원들과 노동조합·단체와의 신뢰 확보를 위한 교류도 필요하다. 정책 분야에서는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재난상황 속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비정형노동자와 필수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보완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