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성인-남성-이성애-비장애인-선주민 중심의 '정상성' 사회에서 십대에 대한 사회적 규범, 친권,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노동권, 성적 권리의 부재가 상호 교차하며 십대 여성의 삶에 불안정성을 초래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십대 여성의 삶의 맥락에 교차하는 사회적 조건들이 권력으로 작동하면서 주거 이동을 초래하는 양상에 주목했으며 이러한 역동 가운데 구성되는 십대 여성의 생애적 위치성 속에 성매매 경험을 위치시켜 십대 여성 주체의 행위성과 욕망을 드러내고자 했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주의적 담론과 여기서 파생된 법‧제도‧인식은 십대 여성들이 '가족-집' 외에 정주할 장소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회적 조건을 구성한다. 이는 생존의 주체로서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의 상실로 연결되었다. 십대는 '미성년자'로서 보호/관리의 대상이 되어왔고, 가족주의적 담론이 구성한 사회 현실은 '가족'에게 '미성년자'인 십대 자녀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부여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가족' 내 위계는 십대 여성들이 '집' 내부에서 친권자 혹은 양육자와 수평적 유대관계를 맺지 못하거나 폭력적 경험에 노출되도록 만들었다. 이때 십대 여성이 자기 존재를 왜곡하고 인정받을 수 없는 가족과 집을 나오더라도, 스스로 살아갈 장소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자원에 대한 접근권이 사회적으로 보장되고 있지 않았다.
둘째, 십대 여성들은 어떤 관계성과 어떻게 함께하여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에 따라 사회의 재현과는 상이한 장소 경험을 했다. 예컨대, 안전한 공동체로 재현되는 '가족'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존재를 위협받는 상황일 때, 십대 여성들은 '집'을 나와 '집 밖'의 관계성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다양한 형태의 관계성을 욕망하고 형성했는데, 거리-찜질방-친구집 등을 오가는 상황을 활용하여 관계망을 확장하는 십대 여성이 있는 반면, 머무는 장소가 계속해서 바뀌는 만큼 불확실성을 내포한 관계를 맺는 십대 여성도 있었다. 정주할 장소를 상실한 가운데 형성한 관계가 돌발적으로 해체되거나 관계 내에 착취적인 속성이 공존했더라도, 십대 여성들은 스스로 맺은 관계들을 통해 '애정', '안전감', '친밀감' 등에 대한 필요를 충족하고 있었다.
셋째, 십대 여성들은 시민적 권리를 박탈하는 사회적 조건들이 중첩되어 작동하는 맥락 가운데 성매매를 경험했다. 친권의 작동은 노동과 주거를 비롯하여 십대 여성들이 삶의 주체로서 내리는 어떤 선택도 공식적으로 용인하지 않고, 보호주의 담론에서 파생된 '미성년자'에게는 집 또는 시설이라는 이분법적 주거 대안만이 선택지로서 존재한다. 이러한 사회적 조건은 십대 여성들이 생존의 주체로서 '잘 곳'과 '먹을 것'을 위한 자원의 확보를 어렵게 만들었다.
넷째, 십대 여성들은 젠더, 연령, 계급, 섹슈얼리티 등의 위계가 교차하며 구성되는 불안정한 삶을 고스란히 통과하면서 현재 사회가 변화해야 할 지점에 대한 경험적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십대 여성의 경험들은 단순히 일시적인 일탈의 경험이나 '보호 대상'으로서의 피해-불행 서사 안에 포섭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기존의 성매매 논의에서는 성매매 현장에서의 권력관계나 차별, 구조에 집중하여 십대 여성의 생애적 위치성을 누락시켰고, 그에 따라 이들의 관계적 실천이나 행위성의 맥락을 축소하였다. 그러나 십대 여성이 시민적 권리를 갖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십대와 가족의 관계, 친권의 문제, 시설이 작동하는 방식 등이 치밀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권력의 메커니즘과 그 속에서 협상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로서 십대 여성의 행위성을 동시에 포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십대 여성의 생애적 위치성이 구성하는 강제된 '탈장소'의 경험을 맥락화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