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전입신병을 대상으로 명화감상 집단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전입신병 간 공감과 지지를 기반으로 한 군 생활 조기적응을 목적으로 한다. 전입신병은 20여 년간 익숙했던 가정과 사회를 떠나 고된 훈련과 단체생활, 엄격한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낯섦, 불안감, 부담감 등을 경험한다. 국방부에서는 병사의 부적응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부적응병사의 자살 예방 목적에 국한되어 잠재적 부적응자인 전입신병의 군생활적응을 돕기 위한 제도는 미흡하다. 또한 군 조직의 특수성으로 인해 전입신병 대상의 군생활적응에 관한 질적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명화감상 집단미술치료 프로그램을 구안하였고 명화감상 집단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입신병의 경험의 의미를 질적사례연구 방법으로 공감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OO 부대에 자대배치 받은지 2주~1달 반 된 전입신병 9명을 대상으로 명화감상 집단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주 2회, 10회기, 120분간 진행하였다.
연구참여자의 명화감상 집단미술치료 프로그램 참여경험의 의미를 살펴보면, 5개의 핵심의미, 20개의 주제가 도출되었다. ➀ '명화로 알아가는 내 마음' 영역에는 '명화가 내 마음을 읽어줌', '명화를 통한 뜻밖의 경험', '명화를 보며 힐링이 됨', '나도 표현해보고 싶어짐'으로, ➁ '미술작품으로 공감하는 나와 너' 영역에는 '미술매체의 특이한 체험', '평가가 없는 편안함', '말로 표현하지 않은 감정이 드러남', '마음껏 표현되는 작품으로 서로를 알아감'으로, ➂ '자기개방을 통한 군생활적응의 애환' 영역에는 '낯선 상황에서의 혼란스러움', '잦은 근무로 심신이 피곤함', '상하관계에서 오는 부담감', '존중받지 못하고 정당한 대우가 없는 부당함', '입대 전 일상의 그리움'으로, ➃ '긍정감과 함께 동기애를 느낌'영역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삼음', '미술활동 후 긍정적인 느낌이 듦', '동기들도 나와 같은 마음임을 느낌'으로, ➄ '미래로 향하는 우리들의 마음'영역에는 '피드백을 통해 나의 장점을 깨달음', '미래의 희망을 품음', '나를 성찰하게 됨', '동기들의 지지 속에 군 생활에 대한 자신감 형성'으로 나타났다.
이를 공감의 형성단계인 ➀감정이입 ⇨ ➁자기이해·타인이해 ⇨ ➂상호존중 ⇨ ➃관점전환 영역에 따라 공감의 개념인 정서적·인지적·표현적 요소로 살펴보았다. ➀감정이입 영역에서는 정서적 요소가 많이 나타났고 인지적 요소는 성찰(관점변화)이 나타났다. 명화감상을 통해 정서적 공감이 가장 많이 일어나지만, 명화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고 명화가 주는 메시지를 느끼며 관점전환이라는 인지적 공감 또한 일어남을 알 수 있다.
➁자기이해·타인이해 영역에서는 표현적 요소가 많이 나타났으며, 인지적 요소는 자기/타인이해와 보편성이 나타났다. 어색했던 집단에 안정감이 생기면서 연구참여자들은 표현적 공감을 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표현적 공감을 통해 자신과 다른 연구참여자들을 조금씩 이해해 나갔다. 또한 군 생활의 어려움에 관하여 자신과 유사한 경험을 가진 연구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 타당하다고 느끼며 안도했다.
➂상호존중 영역에서 정서적 요소는 집단응집력과 희망이 나타났고, 인지적 요소는 지도(정보공유)와 대인관계 학습이, 표현적 요소는 이타심이 나타났다. 집단에서 생긴 지지적 연대는 개인들 사이에서 강한 심리적 결속력을 구성하며 이는 군 생활에 대한 희망을 품게 했다. 또한 집단응집력이 생긴 후 나타나는 지도(정보공유)는 공감으로써의 기능을 했다. 다른 연구참여자에게 정서적인 공감을 받아 심리적으로 편안해진 후에 비로소 상대가 해주는 설명이나 조언이 공감적으로 경험됨을 의미한다. 또한 지속적인 자기 탐색과 다른 사람과의 상호교류는 개인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점차 집단 내 공감을 얻는 과정으로 연결되었으며 이는 이타심으로 이어졌다.
➃관점전환 영역에서 인지적 요소는 성찰, 실존적 요인이 나타났으며, 표현적 요소는 모험 시도가 나타났다. 다른 연구참여자에게 이해받는 공감 경험으로 인해 자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며 반성적으로 성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자신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고 문제해결에 대한 힘을 얻게 되었다. 또한 연구참여자 간 끈끈해진 동기애는 서로 의지하고 힘을 주고받으며 군 생활을 잘 헤쳐나가겠다는 모험 시도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입신병을 대상으로 명화감상 집단미술치료프로그램을 적용한 후 일반인의 관점에서 '질적연구방법'을 수행하여 전입신병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전입신병이 느끼는 군 생활에 대한 어려움이나 바람 등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전입신병을 대상으로 집단미술치료에 '명화감상'을 선행함으로써 삭막하고 긴장된 군 생활을 하는 연구참여자들이 명화를 통한 감정이입을 통해 정서적인 위안을 받았으며 자기표현에 자발적 동기를 유발시켜 미술활동에 안정적인 접근을 도왔다.
셋째, '미술활동'을 통해 언어로 드러나지 않는 무의식 속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면서 내면의 억압된 심리와 불안정한 감정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또한 '미술작품'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고 자신의 모습을 다각도로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넷째, '집단'미술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참여자들이 자신의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다른 연구참여자들과 공유하면서 서로 위로와 지지를 받았다. 이에 유대감/동지애, 신뢰감, 돌봄의 감정을 바탕으로 공동체의식을 함양하여 자발적인 군생활적응에 자신감을 배양하였다.
다섯째, 명화감상 집단미술치료의 치료적 관점에서 공감의 의미를 연계한 후 연구참여자들의 명화감상 집단미술치료 프로그램 경험을 공감의 형성단계 별로 공감의 구성요소인 정서적, 인지적, 표현적 요소로 구분하여 살펴보아 기존의 연구와 차별성을 두었다.
여섯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지휘관과 간부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함으로써, 군의 입장에서 병사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전입신병을 위한 군생활적응에 대한 접근방식을 새롭게 구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