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가점하층문화(夏家店下层文化)는 서요하(西遼河)유역에서 기원전 24세기에서 14세기경까지 번성했던 초기 청동기시대 문화이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유적이 5,000개가 넘지만 지표·발굴조사 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50 여 곳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공개된 지표·발굴조사 보고서를 기준으로 일부 유적 위주로 연구가 진행되어 하가점하층문화의 전반적인 문화 특징과 성격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문물지도집과 지표·발굴조사보고서의 자료를 정리하여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하여 하가점하층문화의 분포 특징을 분석하고자하였다. 또 다양한 공간분석(Spatial analysis)을 실시하여 여기에 도출한 결과값과 기존 고고학적 연구성과를 비교연구하여 하가점하층문화의 성격과 사회상을 보다 전면적으로 분석한 후 최종적으로 사회발전단계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먼저 지금까지 공개된 하가점하층문화의 전체 유적 분포를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시각화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유적의 분포 현황과 기후환경 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서요하유역은 현재와 기후 조건이 비슷하여 하가점하층문화인들이 거주하기에 적합한 기후였고, 또 기후와 자연환경의 차이에 의해 노로아호산(努魯爾虎山)을 중심으로 동구와 서구 두 지역 유형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지금까지 발표된 지표·발굴조사 보고서를 분석하여 그 특징을 정리하였고, 이를 전체 유적 분포 현황과 비교하여 취락 유적과 무덤 유적의 특징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취락 유적은 크게 석성, 토성, 성벽이 발견되지 않은 일반 취락 유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석성 유적은 주로 하천을 따라 분포하고 있으며, 하가점하층문화 분포 범위 전체를 둘러싸서 보호하고 있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토성 유적은 주로 평지에 분포하고 있으며 장기간 거주하였음을 알 수 있다. 성벽이 발견되지 않은 일반 취락 유적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석성 유적 등과 유기적인 방어체계를 갖추었을 가능성도 있다. 주거지는 다양한 재료와 양식을 활용하여 건축하였으며, 대형 거주지와 원락이 발견되어 당시 정치·경제적으로 등급 차이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제사와 관련된 유적 및 유구가 여러 곳에서 발견되어 당시 종교가 발달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경관 분석을 통해 오한기(敖漢旗) 성자산(城子山) 유적은 천문관측을 통해 주변 경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계획적으로 만들어졌으며, 광역 단위의 제사 및 제천의식을 거행하는 장소였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외에도 토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한 유적과 동광 및 청동 제련과 관련된 유적 등을 확인하여 당시 수공업이 발달하여 생산의 분업과 전문화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무덤 유적은 발굴조사 결과가 많지 않으나 대전자(大甸子) 묘지가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발굴자료가 풍부하여 하가점하층문화의 장속과 묘제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무덤 형식은 토광묘와 목관묘 위주로 사용하였으며, 이외에도 흙벽돌묘, 이단굴광묘, 동실묘 등이 발견된다. 무덤과 인골의 머리 방향은 일정한 방향을 향해 조성되었으며, 벽감이 있는 무덤이 많이 발견된다. 수장품은 토기가 가장 많이 발견되며, 개와 돼지뼈를 순장한 현상도 발견된다. 수장 유물의 수량과 묘광의 크기가 계층화되어 당시 사회 계층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대전자 묘지에 대한 다양한 공간분석을 이용하여 묘지가 짧은 시간에 조성되었고, 여러 족속의 사람들이 모여 형성되었음을 추정하였다. 이외에도 소하연 문화 대남구(大南溝)와 남보력고토(南寶力皋吐) 유적 묘지에서 발견된 장속과 묘제 및 인골분석 결과가 하가점하층문화와 비슷하여 소하연(小河沿)문화 사람들이 하가점하층문화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소하서(小河西)문화부터 소하연문화 시기까지 서요하유역에서 발달했던 선사시대 문화와 동시기 주변 문화의 유적 분포 범위를 시각적으로 재구현하여 하가점하층문화와 관계를 확인하였다. 또 하가점하층문화 유적에는 고대산(高台山)문화, 대타두(大坨頭)문화, 주개구(朱開溝)문화, 이리두(二里頭)문화 등의 문화 요소가 발견되어 주변 문화와 지속적으로 교류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중 고대산문화는 하가점하층문화 동쪽 지역과 유적 분포범위가 교차하여 두 문화의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공존하였고, 혈연관계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 하가점하층문화는 요서지역 선대의 문화를 계승하였고, 또 주변 지역의 문화 요소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문화를 번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당시 하가점하층문화는 높은 수준의 복합사회를 구축하였고, 사회발전 단계상 초기국가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또 하가점하층문화는 여러 부족이 모여서 형성된 연맹국가였을 가능성이 있다. 지역별로 문화 유형의 차이가 존재하고, 성벽이 있는 유적과 성벽이 없는 유적이 방어와 거주의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각 부족은 평소에는 각자의 생활을 영위하다가 외부의 위협 등이 있을 때는 하나의 구심점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 대응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연맹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종교와 중심부족이 있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초기국가 단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고조선에 해당한다고 보는 연구 성과들이 있음에 따라 향후 하가점하층문화와 고조선과의 연관성도 지속적으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