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은 위중한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고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최첨단 의료장비를 사용하여 집중적으로 의료서비스와 간호를 제공하는 임상현장이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기본적인 간호부터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적용한 특수간호까지 숙련되게 수행해야 하고 간호대상자를 존엄한 인격체로 바라보며 애정 깊은 돌봄과 헌신을 바탕으로 한 전인간호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업무가 몰아치는 분주한 간호현장과 빈번하게 발생하는 응급상황 앞에 두려움을 느끼며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담당환자에 대한 책임과 의무로 인해 부담감마저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한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소진은 숙련된 간호인력의 손실로 이어져, 이들의 이직률은 간호사 평균 이직률보다 10% 가량 높게 나타나 환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중환자실 간호사의 임상적응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그 과정을 설명하는 실체이론을 개발하여 이들의 간호직 적응을 돕고 이를 위한 전략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시도되었다.
본 연구는 Strauss와 Corbin(1998, 2005)이 제시한 근거이론방법을 적용한 질적연구이다. 연구의 참여자는 B시와 Y시에 소재한 종합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간호사 14명이었다. 자료수집은 2021년 7월부터 동년 10월까지 자료가 이론적 포화상태에 이를 때까지 진행하였으며, 개별적인 심층 면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면담 장소는 주로 참여자가 근무하는 병원이나 집 근처의 조용한 카페나 세미나실에서 이루어졌다. 참여자별 면담 횟수는 최소 1회에서 최대 2회로 총 20회였으며, 추후 불명확한 부분이 있거나 보충할 내용이 있는 경우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추가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면담에 소요되는 시간은 1회당 최소 40분에서 최대 90분이었다. 자료의 분석은 자료수집과 동시에 이루어졌으며, Strauss와 Corbin(1998, 2008)이 제시한 분석방법과 지속적 비교분석방법을 적용하였다. 그 결과 총 79개의 개념, 37개의 하위범주, 16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본 연구결과 중환자실 간호사의 임상적응 과정을 설명하는 핵심범주는 '중환자 돌봄의 역경을 견디며 자아실현하기'로 도출되었다. 이 과정의 인과적 조건은 '몰아치는 중환자 간호현장에 압도됨', '홀로 감당해야하는 중압감'이었고, 중심현상은 '생사의 간호현장에서 마주한 혹독한 역경'이었다. 중심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맥락적 조건으로는 '환자 죽음에 대한 애도', '서열화된 관계에 대한 인식'이었고, 중재적 조건은 '의지되는 사람들의 지지', '행재정 지원의 인식'이었다. 작용/상호작용 전략은 '현실 외면하기', '돌파구 만들기', '중환자 간호의 실무역량 키워가기',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관계 만들기', '일의 가치와 의미 발견해가기', '인생의 관점을 긍정적으로 확장하기' 였다. 그 결과 '중환자 간호사로 자아실현하기', '타성화되어 머무르기', '직업전환을 고민함'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중환자 돌봄의 역경을 견디며 자아실현하기'의 과정은 '직면기', '격동기', '모색기', '분투기', '안정기' 라는 다섯 단계로 설명되었고 적응유형은 '자아실현형', '일상순응형', '전환갈등형'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환자의 삶과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겪어 내야하는 치열한 중환자 간호현장에서 혹독한 역경들을 마주하지만 자신만의 전략을 구상하고 전개하면서 진정한 중환자 간호사로 자아실현하며 나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를 통해 중환자실 간호사의 임상적응 과정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였으며, 이들의 적응을 돕는 다각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