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논문은 전통 단청 복원을 위한 현장 재현 작업과 모니터링, 전통 단청을 활용한 확장성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단청은 건축물의 장식과 목 부재의 보호를 목적으로 예로부터 수행되어온 전통 채색기법이다. 단청은 안료를 아교라는 고착물질과 혼합하여 채색하는데 단청에 사용되는 안료는 주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흙, 암석 등의 광물을 분쇄하고 수비하여 제조한 것을 사용하였고 금속을 합성하여 만든 인공안료와 동식물성 유기물에서 얻어지는 안료를 사용하였다.

1970년대부터 대부분의 단청 시공이 현대의 합성 안료로 대체되면서 국내에서는 전통 단청 안료와 교착제인 아교의 제조와 수급이 단절되었다.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 단청에 대한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에 대한 복원 노력이 있었으며, 이후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전통 단청 복원이며 목조건축물에 직접 시공을 통한 재현과 모니터링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목적은 건물의 장식으로만 여겨져 왔던 단청의 아름다움이 현대에는 다른 해석과 도전을 통한 확장의 가능성을 작품을 통하여 제시하는 것이다.

전통 단청 재현을 위한 대상은 서울시 종로구에 소재한 관성묘(關聖廟) 건물에 진행하였다. 사용된 안료는 고문헌과 그간 연구자료를 토대로 국내 시판되는 전통소재 안료를 선정하였으며 제작기법은 본 연구자의 기법을 적용하였다. 단청 도막의 구조적 양상과 내구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단청을 제작하는 장인의 재료선정과 기법적인 요인에 의한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그러한 이유로 본 연구자는 오랜 기간 현장에서 체득한 제작기법에 관하여 정리하였으며 공정의 세분화 필요성을 기술하였다.

관성묘 단청에 대하여 3년 동안 모니터링을 실시하였다. 건물의 방위와 부재 그리고 색상별로 분류하여 조사 및 평가하였다. 그 결과 단청이 위치하는 주변 환경과 재료적 특성에 의해 물리 · 화학적인 열화와 변색이 확인되었다. 주변 환경에 의한 차이는 방위에 따른 변화로 파악할 수 있었으며, 특히 기둥 부재에서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전면이 개방되어있는 동쪽에 비해 남측은 네 방위 중 가장 높은 색도 변화가 나타나며, 서쪽과 북쪽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색도 변화가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방위에 따른 주변 환경이 단청의 색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건물의 각 단청 부재가 위치한 환경에 의한 영향으로는 동쪽과 서쪽의 주심도리 머리초 단청은 자외선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북쪽, 남쪽 단청과 달리 낮은 변색 경향을 보였고 하단 부에 채색된 북측 창호 단청과 동쪽 궁창초의 경우 비, 바람, 자외선 등에 완전히 노출되는 위치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향후 주변 대기 온 · 습도, 자외선량, 미세먼지 등에 대한 정밀조사 및 분석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재료적 특성에 따른 변화로는 황화비소계 안료인 자황에서 큰 변화가 발생하였고 혼합색인 육색에서도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육색은 연단과 호분, 주사와 호분을 혼합한 두 가지를 사용하였는데 공통적으로 안료의 밀도가 점차 감소하면서 균열과 공극이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주사와 장단의 안정성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고려할 때, 호분에 의한 영향이나 안료 간 혼합에 따른 문제로 판단된다. 자황은 구리계 녹색안료인 석록을 바탕으로 하거나 밀접한 위치에 있는 경우, 자외선에 항시 노출되는 경우에 큰 변색을 보이며, 재료 간 화학적 영향과 부재의 위치에 따라 변화가 심하여 가장 민감한 안료임을 알 수 있었다. 전통 단청의 올바른 복원을 위해서는 변색과 열화가 심각한 안료를 대상으로 한 내구성 향상과 보호를 위한 연구가 필요하며 종합적이고 정밀한 모니터링에 의한 원인 규명과 해결방안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통 단청의 확장성을 위한 전시와 협업내용들은 그간의 전통 화공들만 쉽게 단청을 접하는 것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단청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서의 보편화를 목적으로 하였다. 본 연구자는 전통소재 단청방식으로 제작한 작품들을 일반 전시는 물론 전통 악기장과 협업, 일상복, 개량 한복, 공예품 등으로 제작 생산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현대와 과거를 공존케 하고자 함과 단청의 예술성이 무한하며 발전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작품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전통예술로만 인식되고 있는 단청의 문양과 색을 현대미술과 산업 속으로 확장하여 진보시킨다면 전통소재의 현대적 활용을 통한 일상화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