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관계적 자아가 역사·본질적 삼위일체론에 근거하여 어떻게 해석 공동체를 형성하는가를 모색하는 구성적 시도이다. 이미 사회적 삼위일체론(Social Trinity)은 카파도키아 교부들의 삼위일체론에 영향을 받아 개인주의와 공동체 상실한 현대 사회에 관계적 자아의 모형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사회적 삼위일체론은 관계적 자아의 모델을 내재적 삼위일체 하나님의 위격 간의 관계에서 연역함으로써 삼위일체론의 논의를 사변화 하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삼신론과 신인동형론이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본 논문은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와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의 삼위일체론을 종합하여 관계적 자아의 근거로서 '역사·본질적 삼위일체론'(The Historic and Essential Trinity as Ground of Relational Self)을 제시한다.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인 관계적 자아가 자신을 넘어 하나님과 세계 그리고 자신과 관계 맺음은 역사 현실성에서 하나님의 영적 현존을 통해 구현된다. 하나님의 영적 현존은 관계적 자아에게 무수한 타자들과 소통하며 공감하는 힘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며, 생명의 페리코레시스 안으로 참여하게 한다.
이를 위해 데카르트의 성찰하는 자아로부터 출발하여 관계적 자아의 존재론적 위상과 그 근거를 하나님의 현실성에서 찾는다. 근대 주체성의 시작인 데카르트 사유하는 주체 역시 무한에 대한 성찰을 긍정한다. 나아가 관계적 자아는 하나님의 무한한 현실성 아래에서 하나님과 세계 그리고 자기 자신과 관계를 맺는다. 그 이유는 관계적 자아가 자신을 넘어 대상을 사유하는 것 자체가 무한한 현실성 안에 존재하고 있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역동성 안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관계적 자아(Relational Self)란 하나님의 현실성 안에서의 자아를 말한다. 관계적 자아는 역사·본질적 삼위일체 하나님의 자기표현과 전개 안에서 해석 공동체(Hermeneutic Community)를 형성하고, 탈자적 사귐에 참여한다. 해석 공동체는 역사·본질적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적 현존의 표현으로서 하나님의 역동적 사귐에 참여하며, 가시적 교회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자리에 현존하는 영적 공동체를 의미한다.
슐라이어마허와 판넨베르크의 삼위일체론을 종합한 역사·본질적 삼위일체론은 관계적 자아의 존재론적 근거와 해석 공동체를 보여주는 관계 중심의 새로운 삼위일체론이다. 이들의 삼위일체론은 내재적 삼위일체 안의 위격 간의 사변적 논의를 지양하고, 하나님의 보편적 현실성 안에서 살아있는 하나님과의 관계와 사귐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역사·본질적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적 현존은 하나님의 계시와 활동의 장인 역사 지평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 안에서 관계적 자아는 하나님과 세계 그리고 무수한 타자에게 자신을 개방하는 탈자적 사귐의 장으로 이끌며, 해석 공동체를 구성한다. 이것은 주객 도식의 모호성과 고립된 자아를 넘어 관계적 자아에게 다양한 공동체 형성을 위한 삼위일체의 원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