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bar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최근 몇 년 사이 그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본 연구는 bar 공간에 새롭게 유입한 방문객 중 가장 눈에 띄는 집단인 밀레니얼 여성 밀레니얼 여성의 bar 소비 특성과 이들이 bar 소비를 통해 획득하는 효용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바텐더 2명과 밀레니얼 여성을 9명을 대상으로 총 11명을 반구조화 설문을 통해 인터뷰한 결과를 요약하면, 첫째, bar 공간은 그 구성과 공간 내 상호작용의 특성상 다른 식음 공간과 구분된다. 외관보다 내부의 콘텐츠나 경험적 요소를 통해 손님을 유인하는 bar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공간을 탐색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공간 소비 방식을 반영한다. 또 bar 테이블과 바텐더의 존재, 술과 조명이 주는 분위기,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bar의 이미지와 bar 공간에 이미 형성된 규칙 등은 공간을 소비하는 주체의 행동을 통제하여 낯선 사람 간의 교류가 흔히 발생하는 bar의 장소성을 유발한다.
둘째, 밀레니얼 여성은 bar 공간을 소비하며 '자기 지향적 기호 소비'의 경향을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에 이르러 독자적인 소비 주체가 된 여성은 필요에 의한 소비뿐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반영한 소비를 하게 되었다. 특히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으면서도 값비싼 bar를 소비하는 것은 소비 주체의 경제력 혹은 다른 소비를 줄여서라도 원하는 곳에 집중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경제적 결정권을 상징한다. 밀레니얼 여성은 bar를 통해 세련된 취향, 구매력이 있는 독립적 소비 주체로서 이미지를 획득하고, 공간 소비 경험을 소셜미디어나 주변 지인에게 공유함으로써 공간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한다.
셋째, 밀레니얼 여성은 bar 공간 소비 과정에서 양가적 소비 욕구를 드러낸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드러나는데, 먼저 밀레니얼 여성은 bar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에 호감을 느껴 이를 일상적으로 소비하고자 하나, 동시에 bar 소비가 일상에 포섭되어 특유의 비일상성을 상실하는 것을 경계한다. 다음으로 밀레니얼 여성은 bar 소비를 통해 부족한 사적 공간을 대체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동시에 사회적 교류를 원하는 양가적 욕망을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에 이르러 경제력을 획득한 여성은 남성의 간섭 없이 원하는 것을 소비하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아가 이러한 자유를 연장하기 위하여 결혼과 출산을 기피한다. 밀레니얼 여성은 결혼과 출산 등에 의해 서로를 긴밀하게 묶어두는 전통적 관계를 거부하는 대신 상황에 따라 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보다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며, 가부장제 하에서 소모해온 자원을 가정이 아닌 자신에게 쏟고자 한다.
bar는 변화된 지위에 따라 밀레니얼 여성이 표출할 수 있게 된 욕망과 새로운 소비 태도를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bar는 스스로를 경제적으로 책임지게 된 여성이 느끼는 불안감을 구매력의 재확인을 통해 잠시 잊게 해주는 망각의 공간인 동시에, 사회에서 느끼는 일상의 긴장을 해소하는 비일상의 공간이며, 공간 내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느슨한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세대를 내려갈수록 여성의 교육수준과 사회 진출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다음 세대에도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는 향상될 것은 분명하다. 이에 세대 내 여성 과반수가 사회에 진출하여 경제력을 획득한 최초의 세대인 밀레니얼 여성이 새롭게 보이는 특성과 bar 소비를 통해 드러내는 욕망을 심층적으로 파악한 본 연구는 다음 세대에서 가속화될 변화를 예측하는 기초 자료로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