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입지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모이기 편리한 곳에 위치하여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현대의 소비 패턴의 변화와 장소의 변화 등으로 전통시장은 점차 쇠퇴하게 되었다. 과거 '시장법'이 폐지되고 '유통산업법'이 제정된 것과 같이 시장시설은 현대의 거대한 유통산업 안에서 미약한 존재로 전락하여 이제 역사자원으로 보존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보존을 한다고 할지라도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전통시장을 면밀히 고찰하여 그 가치를 찾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본 연구에서는 서울시의 근현대 문화유산이자 미래유산으로서 전통시장 활성화 계획과 아카이브 구축 활동 등으로 현재까지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경동시장을 분석하였다. 특히 개인소유의 사설 시장시설로서 1950년 후반부터 1960년 초반에 개발자의 진취적인 기획력으로 조성된 경동시장 본관을 중점적으로 분석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경동시장은 6·25전쟁 직후 서울 도성 밖 신도시에 조성된 전통시장으로 당시로서는 고층인 지상 4층의 대규모 상가건물형시장으로 개발된 최초의 사례이다.
경동시장을 건설한 민간 개발자는 본래 대량의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하였지만 교통의 요지로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자 대규모 신식시장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는 기존에 형성된 시장에서 시장상인회가 결성되어 시장으로써의 기능만을 위해 지어졌던 다른 전통시장과는 건립의 배경에서 차이를 보인다.
둘째, 경동시장은 서쪽의 고산자로의 방향으로 100m에 달하는 본관을 중심으로 시장의 범위가 점차 주변으로 확대되는 구심점의 역할을 하였다. 경동시장은 주변의 약령시장, 청과물시장, 수산시장 등 전문 도매시장과 복합되어 상설시장의 역할과 지역공동체로서 장소성을 형성하게 되었다.
셋째, 1962년도에 준공된 경동시장 본관은 판매시설과 문화시설이 수직적으로 적층되어 건립된 서울 최초의 복합용도 건물이다.
준공 당시 서울 시내의 공연장은 50여개 정도였고 극장은 모두 단일건물로서 지어졌다. 그런데 경동시장 본관은 개발자의 기획의도에 따라 당시로서는 단일건물로 지어지던 극장을 시장건물의 상층부에 수직적으로 배치하였다. 이는 국내의 복합용도 건축의 최초 사례라 볼 수 있어 건축적인 의미를 갖는다.
넷째, 경동시장 본관 3~4층에 위치한 극장은 1994년도 폐관하여 이용되지 않는 공실이었으나 2019년도 청년문화예술극장으로 리모델링 설계하여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고 전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청년층 유입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60여년 전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여 '사람과 시간을 연결'하도록 리모델링한 공간은 근현대문화유산 및 미래유산으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