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하고 있는 재난 유형이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인하여 예측하기 어렵고, 그 피해규모의 발생패턴이 대형화, 복잡화됨에 따라 재해로부터 부정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재해 발생 후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인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중요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난 빈도와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회복탄력성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재난피해자들 개개인이 아닌 지역의 경제 회복력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재난 후 재난피해자들은 경제적,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관계망 등 삶의 다면적인 영역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데에 비해 재난피해자들의 심리적, 사회적 요인을 중심으로 회복탄력성을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재난 후 재난피해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부정적 심리상태를 가지며,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 직접적 피해 외에도 재난복구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 및 불신, 사회자본 붕괴 등 사회적인 이차피해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부의 다각적인 중재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지지는 트라우마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감소시키는 완충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회적지지의 조절효과를 확인하고 궁극적으로 재난피해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제언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재난피해자들의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회복탄력성에 미치는 영향요인을 밝히고, 사회적지지가 이들 사이에서 어떠한 조절효과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실시한 제3차 재난피해자 패널조사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시간적 범위는 제3차 재난피해자 패널조사가 이루어진 2018년도이며, 공간적 범위는 전국에 분포한 자연재난 및 사회재난 발생 지역이다. 연구대상은 기존 패널에 2018년 11월의 지진 피해자 2,311명을 추가한 3,288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 재난현황을 알아보고, 제3차 재난피해자 패널조사 원자료를 제공받아 재난피해자들의 인구학적 특성과 재난 특성을 확인하였다. 둘째, 선행연구를 통하여 회복탄력성 영향요인을 도출해내고, 측정항목들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확인하였다. 셋째, 측정 항목들이 타당한 것으로 밝혀져 주요 변수들의 정도 분석 및 인구학적 특성과 재난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분석하였다. 넷째, 주요변수들의 상관분석을 통하여 다중공선성의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다섯째, 재난피해자들의 회복탄력성에 미치는 영향요인을 분석하기 위한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주효과 분석과 사회적지지의 상호작용항을 추가한 조절효과 분석을 실시한 결과 심리적으로 우울할수록, 재난 후의 사회(상황)에 잘 적응할수록, 사회적으로 지지할수록 회복탄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재난피해자들이 인식하는 삶의 질이 나쁠수록 회복탄력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심리상태가 회복탄력성에 정(+)의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는 회복탄력성이 부정적 심리 상태와 정신질환의 발현을 막는 보호요인이라고 한 기존 연구와는 반대인 결과이다. 회복탄력성을 '힘든 사건으로부터 빨리 회복하는 정도'로 본다면 심리적으로 우울하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심리상태를 돌보는 데에 집중하고 심리지원을 더 많이 받을 것이다. 즉, 처해있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해서 회복탄력성이 높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낮은 삶의 질이 회복탄력성에 부(-)의 영향력을 미친다고 나타났다. 단순히 느껴지는 우울의 정도와는 다르게 재난피해자들이 인식하는 낮은 삶의 질은 힘든 사건으로부터 빨리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저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울증 등 심리치료 외에도 재난 후 재난 피해자가 인식하는 낮은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확대하여 심리·사회적지지 전문가를 양성하고, 재난피해자들을 직접 찾아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요인 중에는 재난 후의 사회에 잘 적응할수록,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할수록 회복탄력성에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미루어보았을 때 다양한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난피해자들의 커뮤니티 형성은 자연스럽게 정보전달 체계 및 협력 네트워크로 이어져 사회적 관계 속에서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서로 지지할 수 있는 체계로 이어질 수 있다. 재난피해자 간의 라포(Rapport)관계 형성은 어느 전문가와 봉사자보다도 즉각적인 소통과 문제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