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산책 중에 마주한 일시적이고 불분명한 대상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회화로 연결시키는 과정을 설명한다. 본문의 세 단락은 불분명한 대상에 대한 탄생, 빛의 효과에 의해 조형적으로 해석된 장면을 기록한 사진이 회화와 맺는 상관성, 사진에 프레이밍을 적용하여 회화로 번역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작업의 모티브가 된 장면은 유년기부터 거주해온 동네를 배경으로 일상적인 산책 중에 포착된다. 본인은 동네 골목길에서 도로변으로, 그리고 한강시민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변화되어 가는 동네의 지형도를 관찰한다. 한강시민공원에서 본 완공되기 전 월드컵대교의 하부구조는 작업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러한 완결되지 않은, 가변적인 상태에 대한 연구는 산책 중에 목격한 또 다른 대상으로 이어져 확장된다.
동네는 유동인구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점차 변모되어갔다. 주거를 주된 목적으로 한 주택 밀집지역 곳곳에 상가 건물이 들어서면서 건물의 외형과 내부 인테리어는 용도에 맞춰 주기적으로 모습을 바꾸기 때문에 생성됨과 동시에 소멸되어 가는 현장을 마주하게 한다.
사진은 작업의 원천으로써 단계적인 변형과정을 거친다. 이처럼 사진을 찍고 프레이밍 하는 과정은 사진적 구도를 회화적 화면구성으로써 짜임새를 갖출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익숙한 풍경에서 낯선 장면을 발견하고 이를 회화로 번역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산책을 통한 발견은 사진 기록으로써 그것은 프레이밍을 통해 변형되어 회화로 이행된다. 이 과정을 통해 회화는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관계를 고찰하며 재해석된다.
이와 같이 연구자는 사진을 기록의 장치로 사용하여 지역의 변화 과정을 인식함으로써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현시대의 상황을 비스듬히 엿볼 수 있었다. 2016년에서 2021년까지 진행된 작업은 직관적으로 현실을 반영하되 구체적인 입장을 피력하지는 않지만, 불확실한 미래의 불안을 미세하게나마 담아낸다. 이러한 과정이 회화를 통하여 현실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진을 프레이밍 하는 과정에서 일상의 리얼리티 중 극히 일부분만을 발췌함으로써 화면에는 비구상적 이미지로 나타날 뿐이다. '리얼리티의 비구상화'는 작업을 현실과 분리하여 바라보려는 태도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창 표면에 반사된 빛의 질감 차이로 인해 발생한 일시적인 단면화는 또 다른 리얼리티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듯하다. 즉 본인의 작업은 형상 안에서 기하학적인 색면과 그것의 겹(레이어)을 쌓아 가는데, 이렇듯 '익숙한 장면의 비구상화'란 사진으로 기록된 장면에서 추상적인 이미지를 추출하는 창작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본 연구를 바탕으로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