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 청년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 청년의 연령 집단별 부모와의 동거 비율은 20~24세 72.0%, 25~ 29세 64.8%, 30~34세 57.4%, 35~39세 50.3%로, 각 연령대에서 1인 가구를 형성한 미혼남녀의 비율보다 높았다(통계청, 2015). 또한 부모가 부양하는 성인자녀의 86.9%가 미혼이고, 이 중 취업자의 비율은 58.9%로 조사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취업 상태인 미혼자녀를 부양하고 있다(김유경, 2018).
선행연구는 이러한 성인자녀를 '캥거루족'이라는 용어를 활용해 명명하였고, 성인자녀가 부모와 동거하는 것에 대해 성인기로의 이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독립하지 않는 성인자녀로 인해 부모가 겪게 되는 경제적 부담을 지적하고, 고용불안, 저임금, 주거비용 상승 등의 사회경제적 원인을 논의하며, 이들의 독립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주로 모색해 왔다.
그러나 부모와 동거하는 성인자녀의 비율이 증가하고, 동거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소위 말하는 캥거루족의 유형이 다양화되고 있다. 소득활동을 하고 있지만 부모와 동거하는 20-30대 미혼 취업자의 경우, 청년실업, 고용불안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으로 캥거루족이 된 집단과는 분명히 다른 특성을 가질 것이다. 그러므로 물리적 동거 여부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 간의 다양한 교류 특성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소득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않고 동거하는 20-30대 미혼 취업자들이 부모와 어떠한 사회·경제적 교류를 하고 있는지, 사회·경제적 교류 특성(사회인구학적 특성, 독립계획 여부, 부모에게 지급하는 생활비 유무)에 따라 그들의 재무상태, 재무적 자기효능감 및 재무행동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이들의 재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고, 독립계획 및 생활비 지급 여부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고자 한다.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모와 동거 중이며, 일정한 소득이 있다고 응답한 20대와 30대 성인남녀 411명을 대상으로 자기 기입식 설문조사를 시행하였고, 기술통계 및 빈도분석, t-test, 교차분석(chi-square), 일원분산분석(ANOVA),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와 동거하는 20-30대 미혼 취업자와 부모의 사회·경제적 교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자녀의 평균 연령은 30.25세이며, 77.6%는 부모로부터 독립할 계획이 있으며, 독립 예상 평균 연령은 32.93세로 주로 30대에 독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녀의 67.2%가 동거 중인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자녀가 부모에게 생활비(현금)를 지급하는 비율은 60.3%,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 등을 지급하는 비율은 10%로 나타났다.
둘째, 조사대상자의 자산부채 상태와 재무건전성을 살펴보면, 자산 중 예·적금의 보유 비율이 92.2%로 가장 많았으며, 평균 자산보유액 중에서는 부동산 자산 보유액이 가장 많았다. 부채는 신용카드 부채 보유 비율이 22.4%로 가장 높았으며, 평균 부채액은 주택마련을 위한 부채가 가장 많음을 확인하였다. 조사대상자의 재무건전성을 살펴본 결과, 각 재무비율의 가이드라인 충족 비율은 다음과 같다. 가계수지지표 83.2%, 저축성향지표 35.8%, 금융자산비중지표 86.1%, 부채부담지표 77.6%로, 저축성향지표 가이드라인 충족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와 동거하는 20-30대 미혼 취업자들이 그만큼 자신의 지출액과 저축 및 투자액의 경로 및 현황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조사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독립계획 여부, 자녀가 부모에게 지급하는 생활비의 유무에 따라 재무상태(소득지출, 자산부채 상태, 재무건전성), 재무적 자기효능감, 재무행동을 비교한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성별의 경우, 여성은 남성보다 예·적금 보유액, 금융자산비중지표 값이 높았고, 남성은 여성에 비해 주식·채권·파생상품 보유액과 기타 부채액이 많았다. 또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신용과 부채관리 행동 수준이 높았고, 남성이 여성에 비해 금융환경과 재무관리 의사결정 행동 수준이 높았다. 이를 통해 여성은 남성 보다 안전 금융자산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으며, 낮은 신용도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거나 대출을 받는 상황에서 대출이나 신용카드 납부액은 연체하지 않고 제때 갚는 등의 재무행동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남성은 자동차 구입 등으로 인한 대출 및 할부 거래 등의 재무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사료된다.
연령대의 경우, 30대가 20대에 비해 자산부채액(예·적금, 기타 자산보유액, 주택마련 대출액)이 대부분 유의하게 높았고, 20대가 30대에 비해 금융자산비중지표 값이 높았다. 이는 30대가 20대에 비해 취업 시장에 오래 있었던 것만큼 금융자산 외에 비금융자산에도 투자하는 등 연령이 상승함에 따라 다양한 투자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독립 예상 연령 중 30대의 비중(70.2%)이 높은 것을 토대로 볼 때 앞으로의 경제적, 주거적 자립 등을 위한 30대의 주택마련 대출 비율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육수준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이하보다 대학원 이상인 경우, 소득지출(월평균 소득, 월평균 저축투자액), 자산부채액(예·적금, 펀드, 주식·채권·파생상품보유액, 학자금 대출액)이 대부분 유의하게 높았으며, 재무적 자기효능감, 재무행동 수준이 유의하게 높았다. 직업의 경우, 대부분 타 직업군에 비해 전문·관리직이거나 사무직인 경우, 소득지출(월평균 소득, 월평균 저축투자액), 자산 (예·적금 보유액), 재무건전성(저축성향지표) 수준이 대부분 유의하게 높았으며, 재무행동 수준이 유의하게 높았다.
독립계획이 있는 경우, 금융환경과 재무관리 의사결정 행동 수준이 높았으며, 이를 통해 독립계획이 있는 조사대상자는 금융환경 변화에 관심을 갖고 평소 자신의 재무상황을 점검하며 시기에 맞는 재무목표를 갖고 있으며, 계획적으로 재무행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녀가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경우, 저축투자액, 예·적금 보유액이 유의하게 많았고, 수입과 지출관리 행동, 위험관리와 보험 행동 수준이 높았다. 이에 따라 자녀가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경우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잘 관리하고, 소비 지출 내역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등의 재무행동을 하고 있음이 파악되었다. 또한 재산상의 위험 등에 대비해 자신의 재무상황을 파악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는 등 재무행동을 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섯째, 조사대상자의 재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본 결과, 직업이 사무직인 경우, 독립계획이 있는 경우, 재무적 자기효능감 수준이 높은 경우, 총자산, 월평균 저축투자액이 많은 경우 재무행동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조사대상자의 재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영향력이 독립계획 여부와 자녀가 지급하는 생활비 유무에 의해 조절되는지 검증하기 위해 상호작용항을 포함한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독립계획에 의해 사무직과 자영업의 재무행동 수준이 조절되었다. 즉, 사무직과 자영업자의 재무행동 수준은 독립계획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 간의 유의한 차이를 가지며, 독립계획이 있는 경우 이들의 재무행동 수준이 더 강화된다는 것이다. 생활비 지급 여부에 의해 교육수준이 대학원 이상인 경우, 부채를 보유한 경우의 재무행동 수준이 조절되었다. 즉, 교육수준이 대학원 이상인 경우와 부채를 보유한 경우에 재무행동 수준은 생활비 지급 집단과 미지급 집단 간의 유의한 차이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않는 20-30대 미혼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 시점에서, 이들 집단의 사회·경제적 특성, 부모와의 교류 특성, 재무상태와 재무적 자기효능감 및 재무행동, 나아가 경제적 자립의 가능성 등을 파악함으로써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을 기대한다. 또한 이들의 경제적 자립 준비도와 재무역량을 파악하고 이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