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COVID-19 시기 중산층 기혼 여성의 정서 경험을 탐색하고 그 의미를 고찰하는 데 있다.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COVID-19 시기 중산층 기혼여성이 경험한 정서의 변화 양상은 어떠한가? 둘째, COVID-19 상황에서 중산층 기혼 여성이 경험한 정서는 그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본 연구의 연구참여자는 연구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온라인 기혼 여성 커뮤니티 회원 중 자발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8명을 선정하였다. 연구방법으로는 질적연구 중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택하였고 구체적인 분석은 Giorgi의 방법을 취하였다.
연구 결과, 5개의 범주, 13개의 주제, 59개의 의미단위를 도출하였다. 5개의 범주는 '갑자기 당면한 재난 상황을 구체적으로 실감하지 못함' , '팬데믹 상황에 직면하여 경험한 공포와 혼란스러움' , '이상한 일상의 일상화로 겪은 부정적 정서' , '재난 상황 이면의 긍정적 정서 경험' ,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대와 우려' 로 나타났다.
연구참여자들은 사태 초기에는 자신과는 무관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거나 절박하게 느끼지 않았다. 근래의 감염병 사태 경험으로 단시간에 해결될 거라는 신뢰가 있어 일상은 동요없이 유지되었다. 그들의 정서 상태가 급변한 것은 WHO의 팬데믹 선포와 학교 개학 연기 조치 시점이었다. 이 시점에 연구참여자들은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현실로 느끼기 시작했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 이 시기 이들은 병 자체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가족의 분리와 붕괴를 가장 두려워했다. 신뢰할 수 있는 무엇인가의 부재로 쉽게 동요하고 불안감을 느꼈고 당연했던 일상이 순식간에 바뀌어가는 데 당황스러워하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안전에 대한 욕구가 최우선시되어 때로 이성적 판단이 어려웠고 낯선 사람과 새로운 공간에 대한 경계심이 극대화되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연구참여자들은 가정생활 속 가중된 노동을 감당하며 책임감과 부담감을 크게 느꼈다. 가정 내 중심 역할을 하면서 아내, 엄마가 아닌 나는 사라진 느낌을 받았고 자신의 힘듦이 당연시되는 것이 억울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피로의 누적으로 신체 및 정신 건강이 악화됨에 따라 의욕 상실과 무기력함을 자주 느꼈다. 사회적 관계 단절로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꼈고 모든 일상의 기저에 우울감이 깔려있는 것 같았다.
인내의 한계라고 느낄 무렵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고 그 시작은 가족애의 회복이었다. 가족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가족이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됨을 느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적극적 소통으로 사회적 소속감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다. 작은 일에 감사하고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안도하게 되는 등 인식의 긍정적 전환이 나타났다.
여전히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지만 연구참여자들은 현재에 충실하고 견고한 내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자신과 사회가 모두 변화할 거라고 예상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서서히 회복해가는 양상을 보였다.
본 연구의 연구결과는, COVID-19라는 팬데믹 상황에 처한 중산층 기혼여성이 매우 다양한 정서를 경험하였고 이것이 그들의 삶의 모습과 가치관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사회 구조의 기본 단위인 가족의 심리적 안녕을 견인하는 기혼 여성의 정서 경험에 관한 연구결과는 국가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적절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