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창립자인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의 영성은 현대에도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을 도와 충만하고 의미 있는 자기 실존을 발견하게 한다. 성 이냐시오는 영성의 대가, 또는 신비가로도 불리고, 특히 『영신수련』의 저자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성 이냐시오는 자신을 '순례자'로 부른다. 이는 성 이냐시오의 삶과 영적 메시지를 연결해서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게 한다. 때문에 성 이냐시오의 고유한 '자기 비움 영성'이 형성되기까지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 삶의 사건을 그의 회심 후 첫 순례길인 '로욜라에서 만레사'까지의 여정 동안 그가 삶으로 실천했던 자발적 가난의 삶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선행연구들에서는 성 이냐시오의 이 순례길과 자발적 가난의 삶에 관하여 자세히 다루어져 있지 않으므로, 16세기의 초기 예수회원인 '베드로 데 리바데네이라'의 관점과 예수회 스페인 카탈루냐 관구에서 발표한 '이냐시오 순례길'(El Camino Ignaciano)을 중심으로 성 이냐시오의 '자기 비움 영성'의 근원을 이 순례 여정에서 그가 삶으로 닮고자 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에서 찾는데 목적을 둔다.
논의를 위하여 필자는 '이냐시오 순례길'을 통해 그 당시 순례길의 지역·환경적 여건을 분석함과 동시에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재해석하여, 성 이냐시오가 이 순례길에서 실천한 자발적 가난의 모습을 리바데네이라의 관점과 함께 고찰할 것이다. 이와 함께 『영신수련』 에 나타난 성 이냐시오의 '자기 비움 영성'의 고유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적인 가난과 정신적인 가난을 원하고 선택함으로써 구현된 내적 역동성이라는 점을 부각하여 성 이냐시오의 '자기 비움 영성'과 자발적 가난의 삶과의 연관성을 조명할 것이다. 성 이냐시오가 로욜라에서 만레사까지의 순례 여정 동안 실천했던 자발적 가난의 모습은 인간적인 욕망을 버리고 하느님의 것으로만 채우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낮추고 자신의 전부를 내려놓았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것이 외적으로는 '고행과 극기'의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성 이냐시오의 이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에게 보여주신 사랑의 절정인 '자기 비움'의 구원적 사랑에 동참하기 위해 성 이냐시오가 그 당시 자신의 삶에서 할 수 있었던 사랑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표현의 모습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을 따름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들어 높이고자 했던 그의 모습은 '열망과 진솔한 고백, 자신의 온전한 봉헌과 가난과 겸손을 삶으로 살아내는' 간절함으로 나타난다. 성 이냐시오의 자발적 가난의 모습은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자신의 삶에서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을 따르는데 실천적인 도움을 제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