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특성화고 출신의 여성 청년을 중심으로 학력, 성별, 지역, 노동 시장을 둘러싼 차이와 배제의 경험이 삶을 구성하는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연구이다. 본 연구에서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성 청년들의 노동현장이나 지역에서의 삶의 경험들이 자신의 생애를 구성하는데 어떤 영향을 형성하는지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특성화고 출신의 20대 여성 청년 9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여 심층 면접하고, 인터뷰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시장에서의 청년 담론은 대학을 나온 남성 청년 중심 모델로 단일화 되어있어 특성화고 출신 여성 청년의 노동 경험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특성화고로의 진학은 학교 졸업 이후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학교를 진학하는 과정부터 졸업한 이후의 삶까지 전 방위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특성화고 출신의 여성은 특성화고에 진학하면서부터 한국 사회에서 평범한 학생보다 특성화고 출신의 여성이라는 집단으로 인식되게 된다. 특성화고 출신 여성 청년들은 이미 고등학교때부터 교과과목과 전공학과를 통해 기술이 필요 없는 서비스 산업에서의 "경리", "사무조보" 와 같은 보조적인 역할로 생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학교에서 보조적 역할 중심의 교육을 경험을 한 후 노동시장으로 진입했을 때도 특성화고 출신 여성 청년들은 노동시장에서 주변인으로 취급되며 잦은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고,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 빈곤의 악순환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졸업 전 선 취업과 이후의 일자리에서 경험한 배제와 차별의 경험들이 경험으로만 그치지 않고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도 발견된다. 또한, 참여자들은 선배의 위치에 가까울수록 불편한 상황에 대해 더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노동 구조의 변화를 시도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동료들과의 관계성과 더불어 연대의 중요함을 이야기했다.
둘째, 한국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젠더 규범과 성적규범에 특성화고 출신 여성들 또한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성화고를 다니는 여성들은 학력이라는 편견의 요소뿐 아니라 젠더 규범과 성적 규범이 한 겹 더 씌워지는 모습을 연구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는 특성화고 출신 여성 청년들에게 중첩적인 편견과 차별의 구조 속에서 성적 낙인과 더불어 "특성화고 출신 여성다움" 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본 연구에 참여한 연구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특성화고 출신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애의 주체로서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원 가족에 대한 인식과 기존에 정상가족의 형태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정 구성 계획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집중하여 안정된 일자리로의 이동을 준비하는 등 미래의 삶과 가족을 구성하기 위한 의지를 보였다.
셋째, 연구 참여자들은 노동시장에서의 배제의 경험에서만 머물지 않고, 이 경험을 토대로 50~60대의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향을 모색한다. 부당한 환경에 동료들과의 연대를 통해 부당한 대우를 견디지만은 않고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 같은 청년 세대에게서 부당한 상황에 대한 연대를 얻고 또 실제로 앞으로의 노동환경을 같이 바꿔나갈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페미니즘 리부트의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페미니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거나 더 나아가 본인의 문제로도 바라보고 있었다. 특성화고 출신 여성 청년들의 성별, 지역, 학력, 결혼 유무 등 다양한 사회적인 요인들이 교차하면서 또 다른 불평등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삶에 이해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