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는 18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조선에서 유행했던 정물화이다. 이때에는 주자 소종법의 강화로 인하여 조선은 철저한 성리학적 사회체계를 가진 국가였으며, 성리학은 사회를 지탱하는 명분이었고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할 지배 이데올로기였다. 이러한 조선후기의 성리학적 규범들을 책거리를 통하여 왕이나 사대부에서 일반 백성으로 전파하는 역할도 하였다.
성리학이 사회적 가치체계를 만들고 거기에 맞는 성리학의 사회가 원하는 남녀의 성역할을 책거리가 그려지던 시간대의 남녀젠더로 정의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1000폭이 넘는 책거리들의 분석을 통하여 음양의 이치가 아닌 이러한 그 시대를 반영하는 사회적 기준이었던 조선후기 남녀젠더의 기준을 적용하여 책거리 기물들을 분류한 최초의 연구논문이다.
조선후기의 강한 성리학적 체제에 기반을 둔 남녀젠더의 기준을 적용하여 다섯 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었으며 그 과정에서 사회변화에 따른 젠더 의식의 변화도 파악하게 되었다. 조선후기 젠더에 충실한 남성젠더와 여성젠더의 책거리를 분석하였고 남녀 사이의 자유로운 감정을 표현한 책거리와 여성들과 하층민들에게 자신들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여성들의 자의식 성장을 나타내는 책거리를 분류하여 분석하였다. 이는 한글 소설이 나타난 책거리를 통하여 독서가 여성의 생활 속에도 자리 잡게 됨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를 통해 하층민의 문자 생활을 엿볼 수 있었으며 독서를 통한 여성들의 각성도 파악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유형별 분석을 한 결과 책거리 유행이 18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라고 볼 때, 책거리 제작의 초기에서 후기까지의 사회변화에 따라 성리학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변화하는 남녀 젠더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학문 숭상의 주제를 표현하던 책거리에서 과거급제나 다남의 주제로 옮겨갔고 나중에는 현실적 욕망을 대변하는 길상적 주제가 주로 표현되게 되었다. 또 여성 책거리나 여성젠더를 나타내는 기물들은 수량적으로 적고, 다남을 상징하는 기물들은 대부분의 남녀 책거리에 공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20세기로 갈수록 책거리 기물들이 같거나 비슷한 상징 기물들로 정형화되자 새로운 시각적 이미지를 위하여 다양한 기물들을 더하거나 다른 분야인 문자도나 화조도, 산수화 등을 조합하여 그리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리고 조선의 비대칭적이고 차별적인 젠더는 유럽의 회화를 통해 조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대사회로 가는 인류 공통의 사회·문화 발전의 단계로 볼 수 있음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 조선후기를 풍미했던 정물화인 책거리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책거리에 나오는 기물들을 성리학적 남녀젠더의 기준을 정의한 후에 그 기준으로 분류하는 남녀젠더에 의한 잣대는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성리학에 기반한 남녀젠더의 잣대로 기물들을 분석해가면 그림의 주제를 파악하는데 적용하기 쉬운 도구가 되어주었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의 연구목적인 조선후기에 맞는 젠더를 정의하였고 책거리를 음양의 이치나 음양의 조화 같은 기준이 아닌 사회상을 반영하는 젠더를 기준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성리학적 사고에 지배를 받던 조선후기에 사대부층에서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즐기던 책거리에는 출세, 다남, 절개 등의 성리학에 기인한 남녀젠더를 주제를 표현하는데 이를 상징하는 소재인 기물들로 그림의 화면을 구성하였다는 것을 연구결과로 얻게 되었다.
본 연구에서 기대되는 효과는 책거리에 젠더라는 새로운 잣대를 처음 적용한 것으로 책거리 기물들의 젠더적 분류는 앞으로 책거리와 민화를 연구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