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주저 『존재와 사건』 전체를 구성하는 네 개의 표제어 '존재', '사건', '진리', '주체'로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테겔 신학을 대표하는 명제인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하나님과 함께'를 새롭게 해석하였다. 바디우의 '존재'는 본회퍼의 '하나님없이'에, 바디우의 '사건'은 본회퍼의 '그리스도'에, 바디우의 '진리'는 본회퍼의 '무력한 하나님'에, 바디우의 '주체'는 본회퍼의 '하나님과 함께'에, 각각을 대응시켰다.
그 과정에서 바디우의 『존재와 사건』 전체를 요약, 정리하였고, 본회퍼의 주요 저작 8권에 나타난 신학적 제문제를 재구성하였다. 바디우의 존재론은 수학으로서의 존재론으로 현대 집합론이다. 집합론을 존재론으로 제시하는 바디우의 철학적 근거를 소개하고, 집합론을 존재론으로 여길 때 해결되는 존재론적 문제들을 나열하여 바디우 존재론의 합리성과 혁신성을 확인하였다. 『저항과 복종』에 등장하는 세계의 무한성과 무신성을 집합론이 보여주는 세계의 무한성 및 무신성과 연결하여 본회퍼의 '하나님 없이'라는 명제를 급진적으로 밀고 나갔다. 이것을 다시 본회퍼의 『윤리학』에 등장하는 '그리스도의 현실'이라는 신학적 표제를 해석하는 근거로 삼았다. 이를 통해 무신론자인 바디우를 본회퍼가 끌어안는 모험을 감행하였다.
집합론에 의해 무신론이 전제됨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 사건이 가능한 근거를 바디우의 사건 개념을 통해 제시하였다. 사건이 집합론의 토대공리를 위반하는 까닭이 결정불가능한 성격 때문임을 설명하였으며, 본회퍼의 『그리스도론』에 등장하는 파악불가능한 그리스도를 바디우의 사건에 연결하여 '그리스도-사건'이라는 표제를 제시하였다. 사건의 결정불가능성으로 인한 이중성, 즉 사건이 초일자일 가능성과 아무것도 아닐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지점을 돌파하는 사건에 대한 충실성을 정리하였다. 충실성의 요소들인 개입과 명명, 탐색과 연결에 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부연하였다. 개입의 존재를 확보하는 선택공리과 충실성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적인 존재' 개념을 해설하였다. 그리스도-사건에 개입하는 본회퍼의 충실성을 『행위와 존재』, 『나를 따르라』, 『그리스도론』을 통해 제시하였다. 『성도의 교제』에 등장하는 그리스도교적 인격의 순간성을 통해 기독교적 주체의 충실성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적인 존재로서의 교회를 논증하였다. 그리스도-사건과 '현재' 그리고 그리스도-사건과 '나'를 연결하는 본회퍼의 충실성을 논하였다.
진리에 관한 바디우의 독특한 이해를 백과사전적 지식과 구별하여 분석하였다. 진리의 식별불가능성과 유적인 성격을 설명하고 유적부분집합으로서의 진리에 관한 이해를 도모했다. 진리를 둘러싼 바디우의 철학이 본회퍼의 '비종교적 그리스도인'과 '무신론적 그리스도인'을 '유적인 그리스도인'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논증하고, 진리의 무력성을 주장한 바디우와 하나님 무력(無力)의 신학을 주장한 본회퍼가 공명하는 지점을 다루었다.
본회퍼의 기독교적 주체에 대한 강조와 바디우의 주체 이론을 연결해 기독교적 주체가 사건에 충실함으로 진리를 세계에 강제하는 진리의 주체임을 논증하였다. 그 과정에서 진리의 강제와 주체의 통과가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였고, 기독교적 주체가 분열하는 주체임을 확인하였다. 사건과 주체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해 '후사건적 주체' 개념과 『성도의 교제』에 등장하는 교회의 실재화 및 활성화를 비교하였고, '우리인 사건에 충실하자'는 바디우의 명제를 그리스도-사건의 반복으로 존재하는 교회에 적용하였다. 아울러 사건과 주체 혹은 계시와 교회가 어떻게 일치하는지 바디우와 본회퍼의 이론에 입각해 논증하였다.
이로써 디트리히 본회퍼와 그의 신학이 보여주는 바가 알랭 바디우의 주체 개념에 의해 '기독적 주체'의 한 전형임을 밝혀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