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으로 나란히 등재된 곤곡과 판소리는 중국과 한국이 고대사회부터 공유해 온 윤리적 가치 규범과 정서를 그 주제와 배경으로 삼고 있다. 곤곡과 판소리는 음악과 문학, 연극의 특장을 살린 종합예술이며 동양의 우수한 정신문화도 함께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과 한국의 문화를 서로 이해하고, 공통의 전통적 정서를 회복하는데 발판이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곤곡 중에서도 극적 서사가 주류를 이루는 곤곡과 판소리를 비교해 그 속에 담긴 전통적 윤리를 새롭게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양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국과 한국은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 윤리 의식에 있어서 동질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정치적 격변과 체제의 차이로 심각한 문화 충돌 양상을 빚어왔다. 다행히 최근에는 경제적 교역에 따라 문화적 교류로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미래의 주역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활발한 의사소통을 이루며 문화 교류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전통문화를 공유해 온 장구한 역사에 비하면 현대문화의 이반 현상은 극히 짧은 시간대의 일시적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과 한국 현대문화의 바탕에는 고대사회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집단적 정서로 다져진 전통문화가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 점을 중시하고 중·한 양국이 유가 중심의 정신문화적 동질감을 나누어 온 곤곡과 판소리를 텍스트로 그 속에 담긴 전통윤리에 대해 고찰했다. 구체적으로 중국과 한국의 전통적 윤리의식의 동질성과 차이점에 대해 살펴보고 곤곡과 판소리에 담겨있는 전통적 윤리 의식을 각각 가족윤리, 사회윤리, 국가윤리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다만 곤곡과 판소리의 전문 영역인 음악과 예술적 깊이를 탐구하기 보다는, 그 극적 담화와 서사를 통해 그 속에 담긴 동양적 윤리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데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