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여성정치세력화를 통해 20~30대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주체성을 발현하는 방식의 하나로 페미니즘당 창당 운동을 탐구하고, 페미니즘당 창당 운동 사례를 중심으로 현 20~30대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의미화한다. 이 과정에서 한 발 앞서 창당에 성공한 여성의당에 대한 분석을 보태어 창당을 통한 20~30대 여성의 정치세력화 양상과 페미니스트들의 논쟁 지점을 함께 탐구한다. 또한, 페미니즘 운동단체이자 정당정치단체라는 이중적 위치에서 발생한 고민과 정체성 관련 논쟁을 분석하여 운동적 가치와 정치적 전략의 공존 가능성과 소수자 간 이항대립 구도를 극복하여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질문한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페미니즘당 창당 운동은 현 20~30대 여성들이 페미니즘 리부트를 통해 주체로 발돋움하며 주권 회복을 꾀하는 흐름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2016년 강남역여성살해사건을 통한 현 20~30대 여성들의 정치적 각성은 이들이 지금껏 느껴 온 배제와 박탈의 감각이 주권 훼손에 맞닿아 있음을 깨닫는 데서 시작되었다. 창당 운동은 이들이 단순한 투표권을 넘어 법과 제도를 만드는 실질적 참정권을 추구하고자 정치세력화를 시도한 사례로 볼 수 있으며, 1987년 이후 성공적으로 제도화된 페미니즘과 광장의 여성운동이 서로를 보완해 온 관계성을 하나의 단체에서 병합해 잇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주체성 발현과 주권 회복의 시도는 그 자체로 남성중심사회의 보편을 흔들며 균열을 내는 행위가 된다.
둘째, 페미니즘 운동단체이자 정당정치단체라는 이중적 위치는 단체의 운영, 가치의 실현과 전략, 위치 등 다방면에서 새로운 고민을 불러일으켰고 대안의 언어를 찾는 시도로 이어졌다. 남성의 몸으로 보편화된 제도정치기구에서 '젊은' '여성'은 중첩된 약자성으로 작용하고, 여성이 아닌 젠더 정체성은 드러나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에 여성과 소수자의 정치는 언어를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페미니즘 정치라는 의제 실현을 위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가 닿으면서도 입법 가능한 수준의 언어를 만드는 감각은, 제도정치의 틀에 맞춰 무언가를 해보는 경험 없이 만들어낼 수 없다. 페미니즘당이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창당 운동의 일환으로 총선에 참여한 것은, 이러한 경험을 축적하며 페미니즘 운동과 제도정치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자 했던 시간으로 의미화된다.
셋째, 여성의당과의 통합 여부를 두고 페미니즘당에서 불거진 정체성 관련 논쟁은 차이를 가진 집단이 이항대립의 구도를 넘어 연대하기 위한 방안을 고찰하게 했다. 서로의 차이가 공포에 바탕을 둔 적대감으로 이어지고 차별과 혐오를 낳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찰은 비단 페미니즘당이나 여성의당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20~30대 여성의 주체성 발현 과정에서 불안정성과 공포에 바탕을 두고 소환된 여성 정체성과 안전에 대한 갈망은 성별이분법의 구도 아래 또다시 여성과 소수자를 피해자화하고 고립시키는 양상을 낳았고, 두 단체의 논쟁 역시 이 흐름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페미니즘 창당 운동이라는 사례를 통해 연대하는 페미니즘 정치를 위한 질문과 고민의 과정을 보여주고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정체성의 자각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20~30대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정치세력화하는 데 큰 동력이 되었지만, 획일화된 보편적 여성이라는 함정을 내포하고 있었다. 남성 중심 사회 제도 속 보편을 해체하기 위해, 이들은 페미니즘 정치의 연대 방식과 전략을 고민하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도전과 시행착오의 경험들이 페미니즘 정치 운동 역사의 부분으로 기록되어 이분법 사이의 새로운 길을 찾는 보탬이 되는 데 이 연구의 의미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