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아들과 아버지의 서사에 비해 딸과 어머니의 관계는 '사소한 일'로 취급되거나 '지워진 역사'로 머물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2030 딸 페미니스트와 5060 엄마 페미니스트의 서사를 '가족'과 '관계' 그리고 '세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드러내 보고자 하였다.
2030 딸 페미니스트들이 일베, 강남역 사건 등을 계기로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경험을 갖고 있다면, 5060 엄마 페미니스트들은 1980년대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사회운동과 결혼생활을 통해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페미니스트 모녀는 가족 관계 안에서 딸로서, 엄마로서, 페미니스트로서의 실천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수행을 '딸됨', 페미니스트 모성'과 '가부장제 정상가족'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이들은 모두 '딸되기'의 경험을 갖고 있었다. 5060 엄마 페미니스트들은 딸에게 차별적 여성성을 주입하지 않았고 딸의 청소년기에는 적극적으로 성교육에 임했다. 또한 이들은 어머니 세대의 교육에 대한 지원을 통해 대학에 가고 결혼제도에 안착하면서 '슈퍼우먼'이 되고자 노력했다. 이들은 딸에 대한 과도한 지원과 '방목'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성'을 수행하고 있다. 모든 딸과 엄마 페미니스트에게 가장 문제적인 공간이자 영역은 바로 가족, 특히 가부장제 정상 가족이었다. 딸 페미니스트들은 엄마와 연대하여 가부장제 정상 가족 안에서 젠더 규범을 통해 딸을 통제하려는 '가부장' 아빠에 대항하고 가족의 전통적 역할 수행에 문제제기를 던진다. 한편 엄마 페미니스트들은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가부장 남편과의 갈등과 협상을 경험했다. 이혼 가정, 전통적 성별 분업에서 벗어난 가정 등 '정상가족'을 넘어서는 모습도 쉽게 목격되었다. 이러한 페미니스트 가족의 '탈정상성'은 새로운 가족 관계 및 가족 실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2030 딸 페미니스트와 5060 엄마 페미니스트 사이에는 세대로서의 인식차가 존재하였다. '강남역' 세대와 '반독재 민주화 운동' 세대로서 이들의 세대 차는 '박시장 사건'을 둘러싸고 '정서적 차이'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엄마들이 전원 '이성애자'임에 비해 딸들은 다양한 성적 경향을 표현했으며, 비연애, 비섹스, 비결혼, 비출산을 적극 실천하고 있었다. 또한 엄마 세대가 초고도성장기를 경험하며 '하면 된다'는 가치관을 장착한 데 비해, 딸 세대는 저성장시대의 경제적 어려움과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서 비관적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페미니스트 딸과 엄마의 관계는 '친구'에서 '아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체로 상호 독립적인 동시에 의지하는 관계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다양한 사안에서 대해 '한 편'이 되어 '임파워링'하며 서로 '여성으로서의 연대감'을 표현하였다.
이 연구는 2030 딸 페미니스트와 5060 엄마 페미니스트의 가족 역할 수행과 세대를 중심으로 하여 페미니스트 간 관계를 고찰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이 연구는 주목받지 못했던 페미니스트 모녀 관계를 고찰하여 이들이 '페미니즘'이라는 삶의 중요한 가치를 공유한 채 각자 자신이 속한 삶의 일상을 마주하며 다양한 갈등을 겪는 가운데서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딸과 엄마의 '페미니스트 되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