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불꽃페미액션은 페이스북 코리아 앞에서 "우리는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상의탈의 퍼포먼스를 선보여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여성들의 벗은 가슴이 무엇을 상징하며, 무엇을 균열 내었기에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까 라는 호기심에서 이 연구는 출발하였다. 이를 위해서 불꽃페미액션의 가슴해방운동 참여자 8명을 대상으로 가슴에 대한 경험과 인식, 가슴해방운동 참여 동기, 가슴해방운동에 참여하며 겪은 충돌과 협상의 과정들, 운동 이후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는지, 가슴해방운동의 의미에 대해 심층면접 진행 후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 참여자들은 2차 성징으로 가슴이 발달하면서 자신의 가슴을 인지하고 브라 착용을 시작하였다. 몇몇 참여자들은 브라 착용의 불편함을 호소하였으나 브라 착용이 사춘기 여성들의 당연한 몸가짐으로 '정상화'됨으로서 노브라의 가능성은 점차 멀어지거나 노브라 실천을 숨기며 살아갔다. 여성들은 가슴이 드러나는 시점부터 가족, 또래 집단에서 시선, 성추행, 성희롱을 목격, 경험하며 스스로 자신의 가슴을 단속하게 되고 여성들의 가슴 억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가슴이 큰 여성이 이상화되고 외모의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여성들은 가슴 성형 수술을 고민하거나, 가슴이 풍성해 보이도록 볼륨업 브라를 구매하는 등 자신의 가슴을 관리하고 투자하였다. 여성들은 십대부터 브라 착용을 시작하고 장시간 체화되면서 그 억압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 연구 참여자들은 세월호 참사 · 강남역여성혐오살인사건 · 디지털 성폭력이 가시화되는 사회문화적 배경을 관통하면서 부정의에 의한 억울한 죽음을 목격하고 무능력한 국가 권력과 기존 세력을 불신하며 스스로 다른 세상을 구축해나가기 위해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는 새로운 세력을 형성해 나갔다. 이 흐름 속에서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주요 의제로 삼으며 여성혐오에 맞서는 불꽃페미액션이 탄생하였다. 불꽃페미액션은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억압을 기발하고 재미있는 구호, 단순하고 즉각적인 기자회견, 집회, 퍼포먼스로 경험을 쌓아갔다. 연구 참여자들은 불꽃페미액션에서 활동을 통해 서로 브라 착용의 경험을 나누고 노브라 여성들을 만나기도 하며 의식 고양의 계기가 되었고 자신의 브라 착용 경험을 재/해석하게 된다.
셋째, 공공장소에서 상의탈의를 해 본적이 없는 연구 참여자들은 가슴해방운동에 참여하며 해방감과 즐거움을 느꼈다. 가슴해방운동 후 언론에 대대적으로 기사화되면서 연락이 끊겼던 지인 혹은 가족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받으며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반면 가슴해방운동에 참여한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지자 남자 동창들의 지나친 관심이 가십거리로 소비되고 있음을 알고 친구 관계를 정리하기도 하며, 대학교 동아리, 지인들과 관계가 단절되기도 하였다. 또한 애인과 부모님과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그들의 요구조건에 협상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몸이 사회적 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을 통해 불꽃페미액션의 가슴해방운동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살펴 볼 수 있다. 첫째, 불꽃페미액션의 페이스북 코리아 앞 기자회견은 여성의 몸이 온라인 공간에서 감시와 통제 받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분노와 저항의 목소리였으며 더불어 온라인에서의 여성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싸움에서 승리의 역사를 남겼다. 둘째, 불꽃페미액션은 이 운동에서 '음란'을 핵심어로 등장시킴으로서 여성의 몸을 음란하다고 보는 문화에 대항하는 요소로 적극 활용하였고 공연음란죄의 논란을 통해 누가, 누구의 몸을 음란하게 보고 누구를 범죄화하는가라는 질문하였다. 즉, 브라 착용을 선택할 수 없는 가부장제의 모순과 억압을 폭로함으로서 변혁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셋째, 불꽃페미액션 가슴해방운동의 참여자들이 스스로 상의탈의를 선택하고 맨 가슴을 내 보이며 정면을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젠더화된 시선에 대한 저항 · 분노 · 해방감을 표현하였고, "객체화된 신체 의식"에서 "주체화된 신체의식"을 경험하였다. 이들의 주체적 행위는 시선권력과 억압에 의해 빼앗겼던 힘을 스스로 되찾았다는 의미를 가진다. 넷째, 불꽃페미액션의 가슴해방운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운동의 장 · 단점을 보완하며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유연하게 횡단한다. 다섯째, 불꽃페미액션의 가슴해방운동은 활동가들의 소진을 최소화하고 운동을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운동 방식으로 실험적 놀이(play)의 즐거움과 액티비즘이 결합된 "놀이액티비즘(playtivism)"을 선보였다.
본 연구는 국내에서 연구된바 없는 가슴해방운동에 주목하여 불꽃페미액션의 가슴해방운동 참여자들의 가슴 경험을 축적하고 여성운동의 역사로서 기록했다는 의미가 있다. 더불어 한국 여성운동의 새로운 방식으로서 놀이액티비즘을 제시하였고, 젠더화된 시선에 도전하고 저항하는 몸의 가능성과 사회적 의미화를 통해 몸 담론을 확장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