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전국적 연대로서의 미투 운동과 동시적으로 시작된 인천의 스쿨미투가 이 지역 성평등 강사들의 페미니즘 인식 및 정체성 구성에 어떠한 역동적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그들의 경험과 자기 해석을 통해 분석한다. 인천지역 성평등 강사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및 문헌연구를 결합한 질적 연구방법으로 진행된 본 연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인천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평등 교육은 자치구별 차이가 있었으며, 이것이 일상의 성평등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음이 인천시 성평등 지수를 통해 드러났다. 교육 의뢰 기관이 강의와 관련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한편, 학교가 바라는 '페미니즘 없는 안전한 교육'으로 성평등 교육이 진행되어야만 한다는 압력과 한계가 있었다. 현장에서 강의를 수행하는 성평등 강사의 낮은 처우 및 교육 내용의 구성과 진행을 둘러싼 강의자의 자율성에 대한 침해는 복합적으로 극복해야 할 구조적 문제로 밝혀졌다.
둘째, 성평등 강사들은 강사 양성 교육의 참여를 경력단절로부터 노동시장 재진입을 위한 계기로 삼았다. 이들은 강사 자격 취득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둘러싼 질문과 만나게 되었고, 이것은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8년에 일어난 미투는 과거의 자신, 자신의 기억을 소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그 이후 강사로의 자신의 교육 지향 및 불평등에 대한 민감성, 여성 문제에 대한 당사자성이 서로 결합하여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의 전환 및 연대자로서의 위치 변동이 심층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셋째, 스쿨미투 현장에서 성평등 강사가 하고자 했던 것은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또한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학생들과 교사들이 알도록 노력하고, 제도로서의 학교와 교실이 젠더의 생산 장소이자 약자들의 고통이 오랫동안 침묵되었던 위계적 권력 장소임을 성찰하도록 만드는 페미니즘의 인식론적 전환과 새로운 교육전략으로 모아졌다.
성평등 강사들이 스스로 정리하고 의미화한 자신들의 역할은 성차별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험을 나누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수업 방식의 기술적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모둠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말하고 듣기를 하여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방식은 기존의 내용 전달 위주의 교육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였다. 중요한 것은 가장 젠더화된 공간인 학교에서 학생들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고 조력자로서 성평등 강사가 함께 하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