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와 과학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사회 전반에 팽배한 물질만능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현대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증진시키는 한편, 심리적 어려움과 고통을 치유하는 문학치료의 중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문학이 상아탑의 영역에서 나와 치료와 치유 활동을 펼치며 현대인들에게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돕고, 성찰적 자각과 사유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문학치료가 그동안 보여준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이 직면한 병리장애 문제를 온전히 다루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몸·마음·영혼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심신통합치유적 관점에서 볼 때 병리장애 상태에 놓인 개인이 스스로 항상성을 회복하고 치유기제를 발현하여 자기치유로 가기까지에는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동서양의 전통지혜와 영원의 철학에 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몸·마음·영혼이 위아래로 서로 돕고 의지하며 영향을 미치는 온생명체 홀라키의 개념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전인적 차원에서 문학치료의 영역을 지금보다 더 확장하기 위해 영적 독서와 마음챙김의 개념을 가져왔다. 문학치료가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나아가 영적 세계의 체험을 다룸으로써 근본적인 자기치유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먼저 문학치료의 개념과 역사, 과정과 방법, 그리고 효과와 과제를 중심으로 문학치료가 발전적으로 나아가야 할 변화방향에 대해 짚어보았다. 이어 켄 윌버(Ken Wilber)의 통합적 접근법과 세 가지 앎의 양태, 불교수행법인 신해행증을 현대정신과학적으로 해석한 이론틀에 입각하여, 문학치료에서의 영적 독서와 마음챙김의 적용 가능성을 고찰해보았고, 이를 토대로 문학치료 안에서 영적 독서, 마음챙김을 통합한 상보적 심신통합치유 모델을 제시했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문학치료의 상보적 심신치유모델이 갖는 의의와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문학치료가 지금까지 수행한 마음치료를 더 풍성하게 하고, 기존의 영역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문학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간의 문학치료 성과를 인정하는 가운데 치료적 효과를 촉진시키고 치유 영역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치유방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미술치료 등 예술치료에서 마음챙김, 알아차림을 개입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문학치료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심신통합 치유적 관점에서 문학치료가 해온 치유적 기능을 바탕으로 영적 독서와 마음챙김을 결합하여 새롭고 통합적인 문학치료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문학치료에서의 영적 독서, 마음챙김의 적용 가능성과 통합 방안을 찾아보았다. 지금까지 이러한 시도는 처음이다. 따라서 문학치료가 전인적 차원에서 치유를 바라보고, 또 통합적 초월적 관점을 망라하는 치료영역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 문학치료와 영적 독서의 통합은 의식의 지평을 확대하면서 자기 자신을 좀 더 깊고 넓은 수준으로 인식하고 포괄해가는 풍요화 과정을 경험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영적 독서를 통한 삶과 생명, 우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로 인한 각성적 성찰과 의식의 전환은 문학치료의 치유적 효과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 몸과 마음의 감각, 느낌, 감정, 생각 등을 있는 그대로 주시하고 관찰하는 마음챙김 수련과 문학치료와의 통합은, 윌버의 표현을 빌리면 문학치료의 근간이 되는 서양의 발달심리학의 '성장의 길'에다가 전통지혜에서 내려오는 '깨어남의 길'을 통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그동안 문학치료가 다루었던 인지적 실존적인 영역에 영적 깨달음의 영역을 포함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초종교적 영적 독서방법을 고찰하기 위해 종교적 전통의 영적 독서를 대표하는 불교의 간경과 기독교의 렉시오 디비나의 문헌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또 종교적 수행의 방편으로 사용돼 온 영적 독서방법론을 채용하여, 종교를 갖지 않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적 독서방법을 제시했다. 이 독서방법은 기능 중심의 독서를 하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깊게 읽기, 느리게 읽기, 협동적 읽기-을 제시하는 한편, 영성을 개발하고 문학치료 텍스트를 다양화하는 데 기초를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본 연구에서는 영적 독서가 불교수행법인 신해행증(信解行證)의 '해(解)'의 영역임을 밝혔다. 따라서 자각과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며 올바른 이해가 믿음과 수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문학치료에서도 '해(解)'의 의미가 중요하며, 영적 발달과 진화를 심화하는 데에도 필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현재 심리상담과 명상 기반 프로그램에서는 올바른 이해를 통해 심안을 밝히려는 시도가 미흡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 연구가 지닌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를 통해 문학치료에 영적 독서와 마음챙김이 통합됨으로써 이제 문학치료는 하향인과, 상향인과의 상호 선순환하는 치료적 치유의 단계로 접어드는 전환점이 마련되었고, 상보적 심신통합치유 모델로서 새롭게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를 통해 현대인이 겪는 고통의 증상뿐 아니라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보강하게 되었고, 그 결과 각종 병리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자기치유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삶을 소유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좁은 관점에서 존재적 차원으로 바라보는 넓은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삶의 여유와 통찰력, 유머, 균형감각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존의 독서치료, 문학치료를 풍성하게 하고 치료적 치유라는 근본치유의 장을 여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본 연구는 통합적 접근과 심신통합치유적 관점에서 문학치료 안에 영적 독서와 마음챙김 개념을 통합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때문에 문학치료의 상보적 심신통합치유적 모델이 어떤 효과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연구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모델의 효과성 검증과 프로그램 개발 연구는 이 모델을 중심으로 한 양적, 질적 연구작업을 통해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이에 관한 후속 연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