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익 소설에는 명쾌하다고 할 정도로 근대적 인물이 유형화되어 등장한다. 개별 작품은 물론이고 작품 사이에도 연관을 지을 수 있는 이러한 인물 형상은 작가 최명익이 근대화의 경향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서 출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논문은 최명익 소설의 근대적 인물 형상과 그 특성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명익 소설에서 살필 수 있는 근대적 인물 형상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지식인 그룹이다. 이 그룹은 사색가, 결벽주의자, 내면의 중간자로 다시 구분하였고 이들은 엄정하면서도 무의지적인 방관자의 모습을 띠고 있다. 두 번째로 무장한 현실주의자 그룹은 극단적 욕망가, 지독한 자린고비 , 익명의 동승자로 구분하였다. 이들은 지식인과 가까운 곳에서 지내지만 그들로부터 경멸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이다. 세 번째로 여성 인물은 신여성, 굴레 속 여성, 반전과 희망 의 여성 등이다. 이들은 유학파 엘리트 교육을 받은 신여성으로 결과적으로 타락하여 죽음에 이른다. 또 근대화 과정에서 희생하는 굴레 속 여성과 그 어떤 시련에도 불사조처럼 일어나 희망을 전하는 여성이 그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연관 관계를 확인하면 지식인과 현실주의들은 서로 적대적이거나 경멸하는 부정적 관계이다. 지식인 곁의 지식인 여성들은 연민과 동정의 관계이며 소극적으로 존재하고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성 주인물들은 모두 유사한 인물이며 지식인이다. 최명익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이 앓고 있는 질병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지식인들은 각기병, 결핵, 알코올 중독, 상동 병, 신경쇠약, 아편중독, 강박증 등의 질병을 앓고 있다. 소시민이 앓고 있는 질병은 장티푸스, 암, 성병 등이다. 지식인들이 앓고 있는 결핵은 영혼의 질병이며 소시민 또한 인과응보의 성격이 강하다. 이처럼 최명익은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는 질병을 입혀 당대 현실을 대변하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들어 식민 지민의 설움과 강제된 근대 자본주의의 폭력을 비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