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영화의 비평과 분석에 있어서 기호학과 서사학에 기댄 연구를 뛰어넘어 독창적인 관점을 통해 영화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1990년 대두된 형상 분석은 현재 유럽에서 활발히 진행 중인 연구 분야로 영화 이미지 분석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형상의 기본적인 정의는 '재현불가능성 irreproducibility'을 가시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으로, 이 기저에는 쉽게 형상화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배반의 정신이 담겨있다.
형상은 추상적인 형태가 아니며 물질에 새겨진 흔적의 의미가 촉각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영화의 형상 분석은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물질성(흔적)이 관객의 감각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살펴보는 작업이다. 이와 함께 형상은 재현을 지향하는 물질적 본성을 지니고 있어 그 개념에는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특성이 공존한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먼저 그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영화의 형상 분석을 진행하였다.
형상 분석은 이미지의 제작, 이미지의 물질성, 그리고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효과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규정되었고 이러한 형상의 복합적인 개념은 역동적인 영화 이미지 분석에 적합하였다. 자크 오몽은 모호한 이미지의 형상 분석에 주목한 영화 이론가 중 하나로 외화면, 탈프레임화, 풍경, 빛, 색채, 몽타주등과 같은 영화의 역동적인 요소를 통해 관객을 놀라게 하는 이미지를 분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분석 대상인 홍상수 감독은 롱테이크와 고정된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여 사실적인 영화 이미지를 창조하며 단조로운 서사구조를 기반으로 실험적 특성을 이미지에 불어넣는다. 대부분 작품들에서 자연풍경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다중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고, 최근 들어서 외화면, 탈프레임화, 몽타주를 통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면서 전작들과는 차별화되는 예술성을 드러낸다. 본 논문은 홍상수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작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 〈그 후〉(2017) 두 작품의 분석 연구를 통해 이전에 없었던 국내 영화를 대상으로 한 형상 분석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오몽의 이론을 통해 분석한 홍상수 감독 작품의 두드러진 형상성은 외화면을 바라보는 인물의 노골적인 시선, 프레임을 거침없이 벗어나는 인물의 신체, 있는 그대로 배치되는 자연과 얼굴이라는 풍경,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빛의 입체적인 움직임, 기억의 비논리적인 몽타주 등이다. 이 작품들은 수수께끼 같은 형상들을 통해 그것만의 독자적인 예술성을 드러내고 관객의 사유를 무한하게 확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