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메이커 문화'와 관련된 교육이 여러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박물관 역시 메이커 교육을 주목하였는데, 이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에 변화가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시대 박물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연구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는 전시물을 대중들에게 어떤 교육 방식으로 소개할 것인지를 살폈고, 그중 메이커 교육이 논의되었다. 메이커 교육은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이용한 만들기 과정을 통해 사물의 현상과 원리를 파악하고, 그것이 나와 내 주변의 세계까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한다. 또한, 메이커 교육의 전 과정은 학습자가 중심이 되며, 동료 학습자 간의 협력과 공유를 중요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초창기 메이커 교육은 다양한 도구와 기술, 3D프린터와 같은 디지털 제작기기를 중심으로 확장되었다. 이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제작 문화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의 메이커 교육은 과학적 인재 양성이나 기술 중심의 창·제작 활동, 제작 결과물의 상품화를 통한 창업 등으로 도입되었다. 또한, 이러한 장비나 도구의 적용이 용이한 과학이나 현대미술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운영되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빠르게 반응하였고, 메이커 교육은 유행처럼 번져 기관의 특성과는 관계없이 단순 경험 정도의 도구로 전락하였다.
이렇듯 메이커 교육에서 첨단 장비만을 강조한다면, 적용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곳은 박물관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박물관은 과거의 시간이 함축된 문화재가 중심이 되는 곳으로, 이러한 공간에 지금까지 행해졌던 기술 습득을 중점으로 하는 메이커 교육을 시행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박물관에서의 메이커 교육의 실현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하였다. 박물관 교육의 핵심은 전시물과 학습자와의 관계성을 만드는 것이다. 유물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요소마다 학습자 각자가 이미지를 구상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동반된다면 박물관 교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이를 촉진할 방법으로 실제적인 삶과 관련된 문제를 다양한 재료와 도구로 탐구해보고자 하는 메이커 교육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으며 박물관형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대상은 국립나주박물관이며, 박물관의 대표 브랜드인 '옹관'을 교육 자료로 활용하였다.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유물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물과 나의 관계가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의 삶과 관련지을 수 있다는 것을 교육 프로그램의 목표로 설정하였다. 또한, 박물관에서 보다 유연하게 메이커 교육을 적용할 수 있도록 여러 모형을 조합, 변형하여 '질문하기→정보 찾고 공유하기→모방하기→팅커링하기→공유하기'와 같은 역사박물관용 메이커 교육 모형을 제시하였고 이것에 상응하는 내용을 구성하여 총 6차시를 기획하였다.
1차시는 유물에 대한 호기심을 질문을 통해 드러나게 하였으며, 이 질문들이 앞으로의 활동과 이어질 것임을 설명함으로써 전체 교육을 소개하였다. 2~3차시는 앞선 질문을 바탕으로 전시실에서 전문적인 정보를 찾고 공유, 확장하는 시간으로, 유물에 대한 사고의 폭을 넓혀 자기만의 의미 구성 직전까지 다다르게 하였다. 4~6차시에는 유물이 가진 주제를 아이들이 경험 가능한 정도의 유사한 주제로 바꾸어 쉽게 접근하게 함으로써 유물이 가진 내용을 학습자 각자와 연결시켜 최종적으로 나만의 사고가 반영된 형태를 제작하였다.
본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도구와 재료를 기반으로 삶과 연관된 문제를 만들기로 풀어내는 메이커 교육과 옛사람들이 만들어낸 전시물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다양한 변화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박물관 교육의 접점을 여러 창의 요소로 풀어내고자 하였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박물관 교육이 실천하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특히 박물관에서의 메이커 교육을 실현해보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의미 있는 논의의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