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에 들어와 우리나라 부인불자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졌다. 그 선구자적 역할을 한 분들이 근대의 부인불자였던 황귀비 엄씨, 최 송설당, 이원직, 귀인 정씨와 임상궁등이다. 김영한, 김부전, 김미희, 육영수와 같은 현대 부인불자들은 사회참여를 통하여 초기불교의 불이사상을 현실에서 구현하고자하였다. 이들은 근대 부인불자들이 닦아놓은 토대 위에 현대 부인불자로써 근대에서 이어진 부조리한 남성중심주의의 성차별 사회의 장벽을 극복한 위대한 불자들이다.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붓다가 얘기한 세 가지의 행복 즉 금생의 행복과 내생의 행복 그리고 궁극적인 행복의 실현은 불교의 목적이다. 금생과 내생의 행복은 지계와 보시로 건전한 삶을 영위하면 얻을 수 있다. 열반을 의미하는 궁극적 행복은 붓다의 법에 따라 수행을 하여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근현대 부인 불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현실의 행복을 위하여 보시를 실천했던 분들이다. 그들은 지계(持戒)와 보시(布施)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붓다는 모든 중생은 평등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초기불교는 붓다가 직접 설법하였고 직계제자들의 가르침이 실존했던 시기이다. 따라서 초기불교의 믿음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신앙생활의 표본이다. 우리나라의 재가불자의 활동은 대일항쟁기 때에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고 신분제가 희석되었으며 1895년부터 일본불교가 우리나라에 진출하여 포교활동을 함으로써 경쟁적인 관계에 돌입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일본불교를 견제하기 위해 재가불자들이 다양한 종교적 활동을 하게 되었다.
재가불자의 신행 기틀을 마련해준 불경은 『유마경』이다. 『유마경』은 현실적인 정토사상을 표방하고 있는데, 붓다는 중생의 무리가 불국토라고 했으며 현실 속에서 정토를 찾을 것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부인불자를 위한 불경은 『승만경』이다. 『승만경』의 설법주는 승만부인이다. 승만부인은 재가여성불자의 이상적 모델로 자신의 역량을 사회에 환원하여 보살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의 부인 불자는 『승만경』의 가르침을 그대로 지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현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발전이 압축적으로 진행되어서 사회적 제반 문제가 해결될 시간적 여유가 없이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다. 남녀양성평등문제만 해도 아직도 가부장적 사상에 젖어있는 사람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불교문화를 계승, 지원 시켜왔던 부인불자들이 과거와 현대의 시대적 괴리감 속에서 보살행을 수행해 온 그 업적을 통해서 지금 우리의 현대 여성들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불교라는 종교적 교리에 기반을 둔 보시행과 자비행의 보살정신의 구현은 곧 이타정신으로 표현된다. 근대 부인불자로서 사회참여를 시도한 황귀비 엄씨의 진명여학교, 명신여학교, 양정고보의 설립과 최 송설당의 김천고보의 창립, 이원직의 재단법인 경성양로원 설립, 그리고 보현당 귀인 정씨와 임상궁의 왕실 공예품 시주, 현대 부인불자로서는 김영한의 길상사 창건, 김부전의 법련사 창건, 김미희의 차문화 복원, 육영수의 자비실천 등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사찰 불사와 교육 불사 그리고 사회문화복지 불사를 통하여 일제의 핍박과 착취에서 벗어나는 민족자존의 초석을 제공하였다. 근대 부인불자들의 선구자적 보살정신은 해방 후 현대 부인 불자들로 이어져 거리낌 없이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데 초석이 되었다. 이를 살펴보면 황귀비 엄씨의 불화불사는 김영한의 길상사 창건주의 보시로 이어졌다. 최송설당의 김천고보 창건은 육영수의 양지회를 통한 직업여성교육과 정수 직업훈련소 운영을 앞선 업적이었다. 이원직의 경성양로원은 김부전의 불교양로원과 광명보육원의 모델이었다. 김미희의 차문화 복원은 사찰불사와 함께 수행의식과 관련한 중생계도에 필요한 문화 불사였다. 사회 곳곳의 소외된 사람과 소외된 분야에 대한 이들의 자비와 보시를 통한 보살정신의 구현은 거사들이 차마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재가불자라고 하지만 거사불자와 부인불자의 신행이 같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현대 부인불자들이 보살행을 함에 있어서 효봉선사, 청담선사, 법정선사, 구산선사 등등 고승들의 가르침과 지도가 있었다. 선사들과의 인연이 그들을 보살정신을 구현한 부인불자가 되는데 큰 힘이 되었다.
현대 부인불자들의 신행 뒤에는 이렇듯 선사들의 지도와 법문과 보살핌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출가자와 재가자가 서로 같은 길을 걷고 있으며 상호보완관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살펴본 부인불자들은 재보시에 의한 사회참여에서 부인불자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였다. 평생토록 모은 재산을 모두 사회로 환원시키거나 불사를 위해 남김없이 희사한 그녀들의 삶은 모든 불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승만경』의 가르침처럼 우리 현대부인불자들은 자기 수행과 사회복지 활동에의 참여가 하나였다는 불이정신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우리는 불교의 평등정신과 참여정신을 실천하면서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인 장애를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