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수단의 가장 기초가 되는 화폐는 범용성 측면에서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모든 나라에서 지폐가 널리 사용된다. 지폐의 지면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긴 인물 초상을 채택하여 사용함으로써 국가의 이미지를 나타내곤 한다. 따라서 지폐에 사용되는 인물 초상이나 그림 등은 국가에서 추구하는 가치관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인물 초상이 채택되던 당시 국가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과도 큰 연관이 있다. 하지만 반영된 가치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지폐 인물 초상에 담긴 이미지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과거부터 선정됐던 지폐 인물 초상이 오늘날에도 그 이미지가 과거에 의도했던 바와 같은 지와 차이점이 생겼다면 무엇인지 연구의 필요성이 존재하였다. 본 연구는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지폐 인물 초상의 인식도 및 현황을 조사하여 그 이미지가 지폐 가치와 어떤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지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 시작에 앞서 지폐에 사용된 인물 초상의 이미지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지폐에 어떤 인물들이 사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과거에는 어떤 인물이 초상으로 채택되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를 위해 수도권 시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지를 배포하여 표본을 수집하였다. 시민들이 지폐에 사용된 인물 초상을 알고 있는 지 그 인물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지를 조사했으며, 세대 별로 현금 사용량이 얼마나 다르고 그것이 지폐 이미지와 어떤 관련이 있는 지 설문지법을 이용해 표본을 수집하고 처리하였다. 그 결과 지폐의 이미지는 그 사용량에 따라 관계가 있으며 자주 사용되지 않으면 초상의 의미도 퇴색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1970년 화폐개혁 이후 약 40여 년간 최고액권의 역할을 한 만원권은 사람들에게 특유의 초록색 이미지로 부의 상징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 수많은 돈이나 부자를 초록색 세종대왕 등으로 묘사하는 것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지폐가 그 역할에 따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이미지"로 자리 잡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에 와서 카드와 모바일 등 새로운 결제 수단이 등장하자 지폐 자체를 사용할 일이 적어지게 되고 이에 지폐 자체가 갖고 있는 이미지도 과거와 다르게 되었다. 설문 회수 결과 유의미한 결론을 몇 가지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지폐 대신 카드 모바일 결제 등을 사용하여 지폐를 사용할 일이 적은 젊은 세대와 현금을 사용했었던 기성세대의 이미지 인식에 관한 차이가 확실히 존재하였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지폐 인물 초상이나 지폐에 사용된 그림 및 문화재를 잘 알지 못하며 관심도도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둘째 젊은 세대는 지폐 자체가 "돈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라는 생각이 다른 세대에 비해 옅은 편이며 인지도가 높은 만원권의 세종대왕 외에는 다른 지폐 인물 초상을 바꾸는 것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기도 하였다. 셋째 향후 다른 결제수단에 의해 지폐의 사용량이 더 줄어들면 지폐 인물 초상의 의미와 나아가 지폐 자체의 의미도 점점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지폐 디자인을 화폐의 상징성과 사용성에 관련지어 연구한 사례는 있었지만 지폐 인물 초상이 화폐 이미지 자체와 연관됐다는 관련 연구는 드물었다. 지폐 이미지와 가치에 관한 관계적 측면을 살펴보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