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 가속화와 은퇴가 맞물려 연장된 노년기의 삶의 질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압축적 고령화 추세와 비교해 공식적·비공식적 대비가 미흡하여 은퇴 이후 삶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인구의 증가와 노년기 삶'의 연장으로 고령자의 삶의 질이 국민 전체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게 되어, 연장된 노년기에 대한 삶의 만족 향상은 사회정책의 주요한 논제가 되고 있다.
본 연구는 삶의 만족도를 측정할 때에는 객관적 요인뿐만 아니라 개인의 심리·사회적인 인지를 바탕으로 구성되는 요인들의 영향력까지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하며, 응답자 스스로 판단하여 주관적이라고 평가되는 지표들이 그 자체로 충분히 객관적일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요인으로는 '주관적 계층의식'이 사용되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주관한 고령화연구패널조사 2차(2008년)부터 7차(2018년)의 자료를 병합한 후, 취업자와 뚜렷한 직업을 가진 적이 없는 비경제활동자를 제외하고, 사용한 모든 차시와 변수에 응답한 2,634개의 은퇴자 사례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STATA 16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빈도분석, 상관분석, 다중공선성 확인, 하우스만 검정 , 패널회귀분석을 수행하였다. 회귀분석결과는 고정효과모형을 중심으로 해석하되, 시간 불변 변수들의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임의효과모형을 먼저 제시하였다.
삶의 질 수준 측정지표의 하위영역으로 고령화연구패널조사에서 제공하는 모든 삶의 만족도 - 전반적인 삶, 건강상태, 경제상태, 부부관계, 자녀관계 만족도 - 를 종속변수로 선정하였다. 독립변수는 건강 요인과 사회·경제적 요인이며 통제변수는 인구·사회적 요인으로 구분하였다. 건강 요인으로 주관적 건강상태, 규칙적 운동, 만성질환의 수, 우울증(CES-D10), 인지기능(MMSE), 일상생활 수행능력(ADL, IADL), 음주, 흡연을 채택하였으며,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교육수준, 연간 가구총소득의 로그값, 자가소유 여부, 주관적 계층의식, 친구 만남 빈도를 추가하였다. 인구·사회적 요인은 성별, 연령, 배우자, 지역으로 제한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고령 은퇴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주된 요인은 '주관적 계층의식'으로, 모든 만족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며 공통으로 정(+)의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객관적 지표인 연간 가구총소득의 로그값이나 자가 주택소유 여부보다도 통계적으로 더욱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주관적 계층의식이 객관적인 사회·경제적 지위만큼이나 개인의 삶의 만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본 연구의 가설은 지지 된다. 노년기의 주관적 계층의식은 노년기 이전에 이미 결정된 객관적 지표들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친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까지도 포함하는 평가라는 측면에서 삶의 질을 매우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주된 요인이다. 둘째, 다음으로 주관적 건강상태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삶의 만족도 연구들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건강의 악화는 치료비용, 노동능력 상실 등의 이유로 소득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삶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와 일치한다. 특히 앞서 언급한 주관적 계층의식과 마찬가지로, 주관적 건강상태는 객관적 지표들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으로 볼 필요가 있다. 만성질환 이환 여부, 스트레스, 피로 정도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판단한 주관적 건강상태는 그 자체로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객관적인 지표로 고려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지난 10년간 한국사회의 중·고령 은퇴자의 삶의 만족도는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 자녀관계 만족도가 가장 높았으며, 경제상태 만족도가 가장 낮았고, 만족도의 유형과 조사 시점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넷째, 중·고령 은퇴자의 삶의 만족도는 남녀 간 차이가 존재하였다. 모든 만족도에서 남성이 여성과 비교하여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체적인 만족도가 증가할 때, 남성의 만족도는 감소하고 여성의 만족도는 증가하는 등의 차이를 보였고, 남성의 음주 여부가 만족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 반해, 여성의 음주 여부는 전반적인 삶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부부관계 만족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나타냈다.
본 연구는 고령화연구패널조사에서 제공하는 삶의 질 영역의 5가지 삶의 만족도를 모두 사용하여 은퇴자의 삶의 만족도 변화를 살펴보고, 성별에 의한 차이와 주관적 계층의식에 주목하여 은퇴자의 삶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사회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