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2000년대 이후 유가 결정요인들의 영향력 변화와 이에 따른 원유시장의 변천사를 살펴보았다. WTI 선물가격을 종속변수로 두고 유가와 상관관계가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변수들 - 미국 원유생산, non-OECD 수요, OECD 석유재고, 달러인덱스, WTI 선물·옵션 비상업 투기 매수포지션, 글로벌 제조업 PMI, MSCI 선진국 주가지수 수익률 - 7개를 독립변수로 선정하여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아울러 전체 구간의 이분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구간을 세 개의 소 구간으로 나누어 회귀분석하였다. Chow 검정과 Bai-Perron 검정 방법을 사용해 WTI의 구조적 분기점(structural breaks)을 내생적으로 찾은 결과 2005년 7월, 2008년 10월, 2014년 11월 세 차례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증분석 결과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선물시장의 투기 포지션(+)이 유가 상승에 큰 역할을 했으며, 금융위기 전후 유가 급등락기에는 달러인덱스(-)와 OECD 재고(-)가, 금융위기 이후에는 미국 원유생산(-)과 제조업 PMI(+)가 유가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2014년 하반기 이후에는 유가와 MSCI 주가지수의 정(+)의 상관관계가 강화되었다. 미국 주가가 오르면 유가도 따라서 오르는 등 국제금융시장 동향, 투자자 위험선호심리 등 비기초 요인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유가도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유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어 이를 더미 변수로 추가해 분석해보았다. 2001년 9/11 테러는 유가와 음(-)의 상관관계를, 2005년 8월 미국 카트리나 허리케인과 2018년 5월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는 유가와 정(+)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2011년 중동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Arab Spring)은 예상외로 유의성이 없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전쟁, 테러, 자연재해 등 돌발 이벤트가 유가 상승을 초래하며 항상 정(+)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은 아니며, 수요 및 생산 감소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유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등 상황에 따라 지정학적 이벤트는 유가의 방향성에 다른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 정제하고 있으며, 석유제품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 수출품목인 만큼 원유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 요인들 뿐만 아니라 여러 비기초 요인들의 움직임을 참고하여 미래 유가 전망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