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적 흐름은 디자인 영역에서도 동일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보이지 않는 문화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방법으로 자국의 전통문화에 주목하여 고유의 정체성이 담긴 디자인들을 개발하고자 한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며 한류의 열풍 속에서 문화콘텐츠산업이 추진되면서 디자인의 모티브 소재로서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경향의 연속선으로, 무구한 전통과 역사를 지닌 여러 문화유산 중 고려청자를 선택하여 업스타일 작품으로 디자인하였다. 고려청자는 부드럽고 유연한 곡선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형태, 비취옥과 같은 신비로운 비색의 색상, 그리고 자연이 묻어나는 회화적인 문양 등이 세 가지 면에서 아름다움을 칭송받는데, 고려청자가 더욱 빼어난 미를 자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 요소들이 서로 독립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미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감성적 소재의 개발을 필요로 하는 업스타일 디자인에서 고려청자가 가진 이 같은 미적 요소들은 다양한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는 디자인적 원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료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고려청자의 디자인적 특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기형과 질감 등의 조형요소와 고려인의 감성이 담긴 문양요소들로 구분하여 살펴보고, 이를 단순 모방에 기반한 재현이 아닌 현대적 미적 가치가 담긴 업스타일 디자인으로 형상화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고려청자의 조형요소를 모티브로 디자인 한 작품 4점과 문양요소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작품 4점 등으로 총 8점의 다양한 스타일의 업스타일 작품을 제작하였다.
작품 I 외유내강(外柔內剛)은 청자양각죽절문병의 조형요소 중 형태와 질감을 모티브로 응용한 작품으로 기형을 아래로 뒤집어 놓은 형상에 반복적으로 쪼개진 표면의 질감을 선의 느낌이 나는 웨이브와 얇게 꼬기를 한 머리가닥으로 교대 반복시켜 표현하였다.
작품 II 오랜 아름다움은 청자복숭아모양연적의 형태와 질감 두 가지 조형요소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작품으로 매끈한 질감의 복숭아 모양의 형태에 패턴화된 질감을 형성하는 잎사귀를 대조적으로 배치시켜 혼합적 질감이 느껴지게 표현하였다.
작품 III 고혹(蠱惑)의 향기는 청자칠보투각향로의 조형요소 중 형태를 모티브로 응용한 작품으로 향로의 안정적인 조형적 비례 형태 그대로를 업스타일 디자인에 적용하여 구성요소들의 크기 진행에서 점진적 조화를 이루도록 표현하였다.
작품 IV 연결(連結)의 미학은 청자음각모란당초문과형주자의 질감적 조형요소를 모티브로 활용한 작품으로 참외 모양의 매끈한 질감을 롤 기법을 사용하여 표현하였으며 디자인 요소 간 크기 배열을 진행의 원리에 따라 달리 하여 표현하였다.
작품 V 공즉만 만즉공(空卽滿滿卽空)은 청자상감연당초문주전자의 문양요소를 모티브로 응용한 작품으로 연당초문양의 절지형식을 따랐으며 여러 개를 단위 반복시키지 않고 하나만 차용하여 여백이 주는 미 속에서 꽃잎이 더 잘 보이도록 표현하였다.
작품 VI 의미를 그리다는 청자상감퇴화초화문표형주자 및 승반의 문양요소를 모티브로 이용한 작품으로 중심 문양인 초화문의 전체 형식인 절지형식 그대로 디자인에 차용하였으며 문양부분에만 비색의 푸른 색감을 넣어 문양 디자인이 더 주목될 수 있게끔 표현하였다.
작품 VII 구름이 닿을 곳은 청자음가연화문매병의 문양요소 중 보조문양인 구름문의 일부를 모티브로 응용한 작품으로 구름모양을 고리기법을 사용하여 연출하였으며 고리의 끝자락에서 몽환적인 느낌이 날 수 있게끔 섬세한 율동감을 주어 표현하였다.
본 연구는 고려청자 안에 내재된 우수한 미적 표현양식을 찾아내어 어떻게 디자인적 원형으로서 업스타일 디자인에 활용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였다. 고려청자의 조형요소와 문양요소는 과거를 뛰어넘는 창조적 계승에 의해 감성적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같은 조형예술 장르인 업스타일 디자인에서 창의적인 발상의 소재로서 적합한 효용가치를 가질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전통문화유산에 내재된 디자인적 원형을 찾아서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 현대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일은 디자인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에 앞으로 많은 헤어 디자인 분야에서 전통문화 유산을 모티브로 하는 연구들이 이어지길 바라며, 본 연구가 고려청자를 업스타일 디자인에 차용한 최초의 시도인 만큼 길잡이가 되어 후속연구에서 더 다양한 고려청자의 디자인적 원형으로서의 가치가 빛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