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생태 위기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단순한 환경보전주의 차원을 넘어 생태계 자체의 가치와 상호 연결적 관계에 집중하는 심층 생태론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에 응답하는 신학 또한 인간 중심적 관점, 생태 중심적 관점, 신 중심적 관점의 다양한 형태로 전개 되어 왔다. 본 논문은 생태신학의 접근 방식에 있어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본 경험인 삼위일체 교의가 담고 있는 생태적 관점에 주목하여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에 기반을 둔 생태신학의 의미를 밝혀 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전통 신학에서 현대 신학으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칼 라너, 자연과학과 신학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과정 신학자 조셉 브락켄, 역사적 맥락과 복음의 가난한 자들의 해방의 관점에서 신학을 전개하는 레오나르도 보프의 삼위일체론을 연구의 대상으로 하였다.
칼 라너는 세계에 하느님의 자기-전달로서의 은총이 증여되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또한 모든 창조물이 그리스도에 의해 신성과 결합되어 신화의 종말론적 완성을 향하여 진화한다는 해석은 우주적 차원에서 세계 내 존재들의 내재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므로 라너의 삼위일체론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창조물을 통하여 하느님을 살아계신 것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해준다.
브락켄의 유기적 생태론은 존재에 관한 새로운 통찰인 과정 사상을 통하여 사회적 실체론을 하느님의 존재방식인 삼위일체로까지 확장하였다. 세 위격들은 세계를 포함하는 무한한 활동의 '장'에서 성부의 창조성과 성자의 구속사와 그것을 연결하는 성령으로서 하느님 실체를 형성한다. 이것은 창조가 발생하는 하느님 매트릭스 안에서 하느님과 세계, 인간과 자연이 관계적 구조로서 연결된 실체로 존재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보프는 하느님 위격들의 친교적 공동체로 이루는 삼위일체를 강조하며 해방자 그리스도를 통하여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의 범주에 속하는 자연 생태계의 해방을 향한다. 사회적 차원에서의 신앙 실천을 강조하는 그가 제시하는 삼위일체론은 해방 활동의 최종적 목표의 원형으로 제시된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근본적 신앙 체험인 삼위일체를 고유의 관점에서 현대적 언어로 해석한 세 신학자의 삼위일체론에서 다음과 같은 생태신학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삼위일체적 존재방식을 갖는 하느님은 세계 내재성과 초월성을 동시에 갖는 하느님이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의 일상에서 거룩함을 발견할 수 있다. 둘째, 모든 창조물은 피조된 속성에서 동등하며 각자 고유한 가치를 갖는다. 그 안에서 인간은 세계의 정신으로서 고유한 역할과 가치를 갖는다. 셋째, 세계의 물질성은 성자의 육화를 통하여 신성과 결합하여 삼위일체적 일치의 완성을 향하여 우주적 전망을 갖고 신화하여 간다.
내재적 삼위일체와 경륜적 삼위일체에 관한 세 신학자의 해석은 당면한 생태 위기를 인식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실천이 하느님을 향한 신앙의 실천과 같은 것임을 이해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동시에 그것은 그리스도교가 반생태적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는 근거가 된다. 또한 삼위일체론에 기반한 생태신학은 인간이 역할을 축소하여 생태계의 평등성 안으로 환원되는 것을 거부하며 창조의 목적에 따라 유기적 세계의 전체성 안에서 정신으로서의 인간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것은 인간이 창조된 피조물로서 세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고유의 역할을 긍정하는 관점을 갖는 것이다.
삼위일체론을 기반으로 하는 생태신학은 세계를 물질과 자연적 생명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지 않고, 세계를 통하여 창조주가 함께 하는 신성한 장소임을 인식하게 한다. 이것은 피조물인 인간의 한계를 되돌아보며 창조의 질서를 존중하도록 깨닫도록 이끈다. 하느님 삼위일체의 내재적 존재방식과 세계를 향한 경륜에 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신학은 다양한 신학적 방법론으로 전개하는 생태신학에 있어서 신앙의 근본경험에 근거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