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범 세계화의 혼돈 속에서 각국은 문화적 혼합과 혼돈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민족성과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여 전통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상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한(韓)-패션을 위해서는 한국의 정체성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더불어 한국적인 모티프의 활용을 통한 디자인 개발이 필요하다. 복식 디자인은 시대의 미의식과 생활양식 등에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으므로, 동시대에 제작된 다른 조형물들과의 비교를 통해 복식에 드러난 공통적 미의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한 전통 양식의 단편적 이미지만을 차용하여 개발된 디자인은 새로운 패션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패드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는 인간 생활양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석탑과 한국 복식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한(韓)-패션 디자인의 요소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한국의 문화유산인 석탑의 미적 특성을 고찰·응용하여서 한(韓)-패션의 자기 이국화 과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디자인 개발을 본 연구의 목적으로 하였다.
연구의 방법은 문헌 연구와 사례 연구를 병행하며 진행하였으며, 석탑에 관한 문헌, 한국 전통 복식에 관한 문헌 및 선행연구, 패션 잡지와 인터넷 자료 등을 분석하였다. 석탑의 미적 특성을 응용하기 위해 석탑의 사적 고찰 및 조형적·미적 특성에 관해 고찰하였다. 한(韓)-패션의 이론적 고찰을 위해 한국 복식의 전통미와 조형적·미적 특성을 살펴본 후, 이러한 특징이 현대 디자인에 표현된 사례들에 대해 조사하여 한(韓)-패션의 미적 특성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석탑의 미적 특성은 단순미, 균형미, 유연미, 자연미' 네 가지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순미는 우리 민족의 소박한 정서를 반영하고, 급함이나 과장이 없는 편안한 선이다. 둘째, 균형미로 석탑은 중심축을 기준으로 하여 완벽한 균형, 형태상의 반복과 비례를 통해 미적 우수성을 보여준다. 셋째, 유연미를 살펴보면 석탑은 완만한 곡선을 직선보다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는 꾸밈이 없이 자연과 어울리는 여유로운 곡선들이다. 넷째, 자연미로 석탑은 주변과 어울려 동화되어 구성되어 있다. 이는 자연을 중요시하는 우리 민족만의 미의식의 표현이다.
이상 석탑의 분석을 통한 미적 특성을 고찰한 결과 석탑은 한국인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그리고 삼차원의 형태로 잘 표현하는 조형물로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며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다.
한(韓)-패션의 조형적·미적 특성을 분석하여 작품에 활용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 도출된 한-패션의 미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과 결의 미로서 경우 곡선을 통해 자연과의 동화 및 유연성을 표현, 직선은 유연함과 더불어 강인한 생명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통복식에서 그 형태가 드러난다. 둘째, 중첩의 미는 아시아 복식의 대표적인 미적 특성으로 연속되면서도 한 주체로 연결이 되어 하나의 통일성과 유기적 총체성을 보여주는 겹쳐 입기의 미학이다. 셋째, 비움과 여백의 미는 공간적인 가치와 조화를 중시하는 특징에서 보이며 총체적인 조화를 통해서 여백의 미를 만들어 냈다. 넷째, 상징의 미는 복식의 형태나 문양에서 표현되는 여러 가지 상징적인 문양들로 다양한 현상이나 원리, 인간의 내면 심성과 가치를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섯째, 초공간의 미 즉, 열린 미는 현대 패션디자인에 응용될 가능성이 많은 미적 특성이다. 한복은 인체의 움직임에 따라 그 형상이 자유롭게 변화하며 공간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복에서 열린 미는 한복 치마의 여밈과 착장 방식, 저고리의 제작 방법 등을 통해 표현된다. 여섯째, 순수미와 해학미로 백색을 통한 선비들의 순수함과 샤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서민들의 생활방식에서 그 미적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도출된 석탑과 한-패션의 조형적· 미적 특성을 한(韓)-패션의 디자인 개발의 주안점으로 삼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韓)-패션의 세계적인 수용 및 확산을 위하여 총 8벌의 한(韓)-패션 작품을 디자인 개발하고 이를 실물 제작하였다.
연구를 통해 디자인 개발된 한(韓)-패션 작품들을 통해 한(韓)-패션과 석탑의 미적 특성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데, 그리고 한(韓)-패션의 전통성이 재해석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세계 패션 시장에 경쟁력을 갖춘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에 본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한(韓)-패션의 전통성과 미적 특성을 유지하는 범주 내에서, 향후 이들을 활용한 패션 디자인에 관한 후속적인 연구가 지속되어 한류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한(韓)-패션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