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중국 조사선에서 조사들의 '깨침'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의 현대적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한국선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중국에서 전개된 선사상은 보리달마로부터 비롯되고 있으며, 이후 육조혜능에게로 전승되었다. 이후 마조(709~788)와 그 문하의 백장(720~814)·황벽(?~850)·임제(?~867) 등으로 이어진 걸출한 선사들에 의해 이전의 사상에서 진일보한 '조사선'이 탄생하여 황금기를 구가하였다.
마조로부터 시작된 조사선 사상은 즉심시불(卽心是佛)을 사상적 근간으로 하고,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를 실천원리이자 사상의 궁극으로 삼으면서 무엇보다도 마음의 문제를 강조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것을 행하는 바로 지금의 '조사(祖師)'를 가장 이상적인 존재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선의 선사들이 선을 일상적이고 현실적이며, 실용성을 가진 사상으로 정립시키고, 격식화된 수행법을 부정하고, 일상생활 전체를 구도화(求道化)하는 수행 형태를 정립시켰다.
이러한 조사들이 '깨친 것'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먼저, 인간 개개인은 모두 여래장 사상에서 말하고 있는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둘째, 이 본원청정심(本源淸淨心)은 스스로 발현되고 있으며, 다만 오염시키지 않으면 된다고 한다. 셋째, 위의 두 전제하에서 드러나는 일상의 마음, 즉 생활 속의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그 마음이 '깨친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마조는 평상심(平常心), 백장은 중도정관(中道正觀), 황벽은 무심(無心), 임제는 평상무사인(平常無事人)이라 한다.
이러한 깨친 마음을 철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여읨을 통해서 일상에서 직면하는 세계에 대해 자신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과 의지를 완전히 '열어젖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조사들의 이러한 사상, 즉 그들의 깨침에 대해 언설로 묘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선 전통에서 불립문자(不立文字)라는 종지가 이야기하듯 언어는 부적절하고 유감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불가피하고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또한 불립문자의 진정한 의미는 표현된 문자의 의미에 머물러서 그 내용을 고정관념으로 설정하여 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 앞에서 본 조사들의 '깨침'의 본질은 현대적 언어와 의미로 풀어내면 어떤 것일까? 그것은 자유·인본사상과 현실성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조사들의 '깨침'은 대자유(大自由)의 구현과 이를 향유하는 고양된 자유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사람이 중심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인본사상이다. 셋째, 일상생활을 중시하는 현실성이다.
이러한 조사선에서의 '깨침'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통해 한국선의 나아갈 방향과 역할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불교의 목적과 이상(理想)에 대한 설명과 방향 제시이다. 불교의 목적과 이상에 대한 설명과 방향을 임제의 자유와 대자유인으로서의 삶인 '활조(活祖)'의 사상을 활용하는 것이 불교의 보편성 확보와 간화선의 대중화에 매우 유용하다 하겠다. 둘째. 마조에서 시작된 생활선(生活禪)의 활용이다. 이는 다양한 사회 환경 속에서 각양각색의 생활상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깨침을 추구하는 것이다. 셋째, 인간 중심의 인본사상의 활용이다. 마조의 인간 존중과 임제의 자유로운 삶은 인간의 자주성과 존엄성을 강조한 것이고, 인간성 회복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신과 가르침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고통을 해소하면서 삶을 평온하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